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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높아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공개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집단 소속 사익 편취 규제 대상회사의 경우 내부거래비중이 21.1%로 10대 미만 집단(6.6%)보다 3배를 넘었다. 또 내부거래 규모는 6조 4000억원으로 10대 미만 집단(1조 4000억원)의 5배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는 비중이 높다고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 대기업이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효율성 증대를 위해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상거래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열사를 밀어주거나 총수일가 사익 편취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사후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문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20% 이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9.0%, 2016년 9.4%, 2016년 11.0%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회사에 지속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뒤에 배당 등으로 총수일가 ‘배’를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현대산업개발그룹의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는 전체매출 2640억원 중 1725억원(65%)을 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벌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아이파크) 등에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급한다. 최대주주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29.9%)이다. 하지만 지분율이 30% 미만이라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다.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통해 이같은 사익 편취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상장사 총수일가 지분율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추고, 규제대상회사의 자회사도 지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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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는 내부거래 규모가 많거나 비중이 높은 업종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내부거래 금액이 2조원 이상인 주요업종에서 시스템 통합 관리업(SI) 사업지원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SI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2013년 60.5%에서 지난해 67.1%로 치솟았고, 건축기술 서비스업(설계, 엔지니어링)도 같은 기간 30.7%에서 43.3%로 비중이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재계는 부동산관리업이나 SI업종의 경우 그룹 효율화 차원에서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효율화 차원에서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데이터만 내놓고 위법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조 위원장은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회사로 SI, 부동산관리업체 등을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그룹의 경우 효율성 차원에서 수직계열화를 할 수 있지만, SI업체 등은 주력업종과 수직계열화, 수직분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계열사에 있는 모든 SI물량을 받아서 거래하고 있다”면서 “총수일가 지분이 상당한데 일감을 몰아주는 형태로 총수일가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