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두려움 잊어야 혁신 나오죠"…실패를 공유하는 사람들

춘천 `2019 실패박람회`에 직접 가 봤더니
진영 행안부 장관 "실패 통해 배울 점 많아"
참가자들 "실패와 재도전 두려움 없애는 계기"
  • 등록 2019-05-15 오후 4:28:19

    수정 2019-05-15 오후 4:31:14

15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 개막식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성공한 것만 기억하면 더 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춘천(강원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경찰도 되고 싶었고 비정부기구(NGO) 대표도 되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은 들꽃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 폐광지역을 사진에 담는 들꽃사진관을 운영 중인 이혜진씨는 “도전했던 것들이 다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그 실패가 있었기에 내 고향 역사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긍정적 인식 조성을 위한 `2019 실패박람회`가 `혁신은 실패로부터`라는 주제로 15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원대에서 이씨의 실패와 재도전 경험담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혁신은 실패로부터”…‘2019 실패박람회’ 강원 춘천서 개막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국회의원을 4번이나 했지만 늘 생각나는 건 첫 선거에 나와서 떨어졌던 순간”이라며 “지금도 당선된 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떨어졌을 때는 곱씹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것만 기억하면 여기 빠져 더 큰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실패라고 생각하면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평창 동계올림픽도 실패로 시작했다”며 “유치까지 2번이나 떨어졌고 올림픽을 앞두고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위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북한이 참가하면서 올림픽이 살아날 수 있었다”며 “마지막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까지 역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용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전쟁과 분단, 식민지 등 어려움에도 청년의 패기와 도전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며 “청와대는 청년지원관을 신설하는 등 청년과 호흡하며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박람회는 행안부·강원도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도 참여했다. 박람회 내에선 사업에 실패하거나 위기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재기지원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김학도 중기부 차관은 개막식에서 “혁신 창업을 가장 못하는 이유가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중기부는 실패에서 다시 일어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에 참가한 손뜨개 디자이너 박정현(33)가 ‘혁신스토어’ 코너에서 수제 뜨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참가자들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 없애는 계기 되길”

이날 박람회 참가자들도 자신들의 다양한 실패와 재도전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했다. 박람회에서 수제 뜨개질 제품 홍보를 한 박정현(33·여)씨는 “할머니에게 뜨개질을 배운 뒤 핸드메이드 열풍이 불면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열풍이 지나가고 겨울철 한 철에만 팔리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재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산 농산물로 만든 식품을 홍보한 김중융(60)씨도 “강원도에서 농사를 지어도 서울이나 경기도 등 타 지역에서 2차 가공을 하는 탓에 이익내기 힘들었다”며 “강원도 농산물을 여기서 2차 가공해 판매할 수 있다면 이익도 내고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강원대 캠퍼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 참가자들이 다수였다. 방문객들은 박람회를 보면서 실패와 도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대 재학 중인 유지은(23·여)씨는 “사실 최근엔 취업도 창업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여기서 실패를 경험하고 재도전하시는 분들을 보니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석(26)씨도 “동기들 대부분이 취업이 힘들어 다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정부에서 창업에 실패해도 지원해주는 정책들을 소개 받으니 젊을 때 도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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