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이 이러한 궁금증을 다시 소환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박물관 등 7개 기관이 연합해 전국으로 흩어졌던 소장품 2만 3000여점 중 엄선한 295건 355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8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수련 작품 하나가 798억원에 팔렸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모네의 수련 연작의 하나다. 전시장 중간에 조명과 함께 전시돼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모네만 있는 게 아니다. 철을 용접해 만든 나뭇잎 등 박물관이 아닌 개인이 수집했다고 보면 놀라운 숨은 전시품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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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광호의 ‘나뭇잎’은 250cmX226cm의 크기를 자랑한다. 전광호 작가는 구리나, 은, 철사줄을 용접해 조각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양감 중심의 조각에서 탈피해 전시 공간과 벽면에 드로잉을 그리는 듯한 금속 예술품을 제작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수연 학예연구관은 “이파리의 골격뿐 아니라 뒤에 보이는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로 감상하는 작품”이라며 “크기가 크고 얇은 철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용 케이스에 돌돌 말아서 조심스럽게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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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1932~2006)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이며,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다. 도쿄대학 졸업 후 독일로 간 백남준은 현대음악의 실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존 케이지, 조지 마키우나스, 요셉 보이스 등과 교류했다. 뉴욕으로 이주한 백남준은 1965년 소니의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로 영상을 제작한 이래 오디오와 비디오 작업을 오가며 최신 테크놀로지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예술 활동을 전개했다.
‘브람스’는 클래식 음악의 거장인 브람스를 로봇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비디오 모니터와 DVD 플레이어, 바이올린, 첼로와 키보드, 캔버스, 한자 등이 합쳐진 초상화다. 이수연 학예연구관은 “‘브람스’는 백남준의 로봇 연작 시리즈의 하나”라며 “원래 음악을 전공했던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음악가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