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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에 뿌리를 둔 현대바이오는 그간 IT기업에서 바이오기업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현대전자를 설립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1982년 한국바이오협회의 전신인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맡으며 바이오 산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당시 “유전공학 연구개발을 위한 조합의 결성은 한국의 미래산업 개척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그룹에는 바이오 계열사가 없다. 그가 못 펼친 꿈이 현대바이오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전자에서 분사해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현대전자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현대그룹이 지난 1983년 현대중공업 산하에 전자사업팀을 설치하고 이를 토대로 설립된 회사다. 이후 현대전자의 모니터 사업 부문이 분사해 LCD 모니터 등을 생산·판매하는 현대아이티가 2000년에 탄생했고, 2012년 바이오 사업을 추가해 현대아이비티로 재탄생했다. 지난해부터는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현재는 모태였던 현대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태다.
2012년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된 씨앤팜은 현대바이오를 줄곧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대아이비티 시절에는 비타민C를 활용한 양모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표적항암제 개발에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美 특허 취득에 관심집중…획기적 암 치료제 될까
이러던 중 이번 특허 취득 소식은 과거보다 시장에 더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2일 현대바이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8% 상승한 1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도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이 6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거래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날 현대바이오의 거래대금은 4036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모든 상장사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현대바이오의 주가는 최근 한달 사이 110%, 올 들어서는 240% 폭등한 상태다.
과거 양모제·주사제 뚜렷한 실적 없어
하지만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돼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물질특허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진 단계인만큼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검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회사 측이 자신해 온 비타민 양모제나 표적항암주사제 등이 뚜렷한 매출 성장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 회사는 과거 잦은 CEO 변경 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오상기 대표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6년째 현대바이오를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에서 바이오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특허 취득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에 앞서 기술 가치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