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내린 20.37달러에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의 최저수준이지만 저유가가 호재가 되는 업종의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저유가로 연료비가 절감돼 이득을 보던 항공업종 대표 종목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각각 24.86%, 29.94%씩 떨어져, 1만3600원, 2270원을 기록했다. 해운업의 현대상선(011200)도 17.7%나 떨어져 2325원을 기록했다. 저유가가 판매에 호조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던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005380)는 10.34% 떨어져 6만5900원, 기아차(000270)는 10.87% 하락해 2만2250원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 업종인 유틸리티 대표주인 한국전력(015760) 역시 4.97% 하락해 1만62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8.39%(133.56p) 폭락해 1457.64을 기록한 것을 감안해도 낙차가 더 큰 종목이 대부분인 셈이다.
저유가, 연료 절감 분명하나 극단적 ‘소비 절벽’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류비는 항공사 매출의 20~45%를 차지해 항공사는 유가 급락으로 수혜를 보는 업종”이라면서도 “코로나19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유류비 하락이 실적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항공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판단해 약 500억달러(약 62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으로, 항공업계 상황은 심각하다.해운업도 마찬가지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점차 심화될 전망”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절감은 가능하나 중장기 화물 수요 위축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셜명했다.
“자동차, 존폐위기…고용률·차판매량 정비례”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저유가로 인한 판매량 급증은커녕 소비심리가 극단적으로 얼어붙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실히 반영된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가 발표한 2월 1~16일 평균 승용차 판매가 전년 대비 무려 92%가 줄어 2249대를 기록했다. 유럽, 미국 등의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정이 반영돼 글로벌 업체들의 공장 폐쇄도 줄을 잇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 합작법인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그룹 등은 유럽 내 몇몇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FCA 등 ‘빅3’ 자동차 회사도 북미 지역 공장을 일시작으로 폐쇄한다. 국내 현대자동차도 직원 코로나19 감염으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이제 곧 드라이빙 시즌이라 유가 하락이 차 판매량과 직결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면서 “코로나19로 고용률이 하락하면 정비례해서 판매량도 무조건 줄어드는데 리세션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테슬라의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빠지는 등 완성차 전기차 할 것 없이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며 “유럽 정부들이 환경규제를 느슨하게 풀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