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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신임 이대 총장 “남이 걷지 않은 길 걷겠다”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교내 강당에서 열린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 16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3000여명의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김 신임 총장의 취임을 지켜봤다.
취임사를 위해 붉은 색 총장 가운을 입고 단상에 오른 김 신임 총장은 “지난해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며 “신임 총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이화에 보여준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 19일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 학내 점거 농성 사태와 정유라씨의 입학 및 학사 특혜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225일 만에 이루어진 신임 총장의 공식 사과였다.
그는 정유라씨 특혜 비리 등 국정농단 사태로 번진 촛불 집회의 의미와 정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한 1차적 핵심 과제로 학사 운영 시스템 개선을 꼽은 김 총장은 “예측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겠다”며 “연구 환경과 교육, 행정이 상충하지 않게 구성원들 간 신뢰 문화구축에도 특히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검 최경희 전 총장에 ‘이대 비리’ 5년 구형
같은 날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수정) 심리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씨의 학사 특혜 사건 결심 공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전 총장에게 징역 5년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 공범 혐의를 받던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송환되는 날기도 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총장의 취임을 적극 반겼다. 이날 이대 교내에는 ‘총장님 응원합니다’ ‘총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포스트잇과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중문과에 재학 중인 한 재학생은 “우리 손으로 총장이 뽑혔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다”며 “총장님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 비리로 얼룩진 이대의 자부심을 되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한 교수 역시 “취임식을 시작으로 투명, 소통의 이화가 재확립되길 바란다”며 “김 총장이 지난해 학내 구성원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학교를 바로세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장은 교내 첫 직선제 선거에서 본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26일 신임 총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지난 1886년 개교 이래 최초로 교수와 직원, 학생, 동창 등 모든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치러졌다.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 점거 농성과 정유라씨 학사 특혜 파문 등에서 줄곧 학생 편에 섰다. 학생들과 교수의 합동 시위로 최 전 총장 사퇴를 이끄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만 63세인 김 총장은 올해 초 마련된 이사회의 총장 선출안에 ‘임기 중 교원 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는 학내 인사’만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당초 입후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특정 교수의 출마를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학생 측 반발로 규정이 철회되면서 당선까지 이를 수 있었다. 임기는 2021년 2월 2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