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중공업 필리핀 해외현지법인 수빅조선소 전경.한진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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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진중공업(097230)이 수빅조선소(HHIC-Phil Inc.)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자산평가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다만 관련업계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조치로, 오히려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의 반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해외현지법인 수빅조선소가 지난달 8일 필리핀 현지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규정상 2018년도 연결재무제표에 자회사 손실을 반영한 결과 자본잠식 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자본잠식 공시에 따라 주식매매거래는 일시 정지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진중공업 경영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자본잠식의 원인이 수빅조선소 경영악화를 반영한 결과로, 향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필리핀 은행들과의 수빅조선소 회생절차 관련 협상이 마무리되고 국내·외 채권단의 출자전환 추진 등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하게 되면 오히려 한진중공업이 ‘클린 컴퍼니’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상장유지 및 주식거래 재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빅조선소는 2006년 건립된 이후 한때 수주잔량 기준 전세계 10대 조선소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절벽 및 선가하락을 버티지 못하고 올 초 현지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수빅조선소는 최근 3년간 적자가 누적되며 본사의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켜 왔다. 지난 2016년 1820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17년 2335억원,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은 각각 493억, 866억,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수빅조선소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군함 등 특수선 수주로 총 27척, 1조2000억원 상당의 물량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생산공정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단기유동성 측면에서도 방위사업청 등에 산업은행 보증으로 선수금을 받아 운영자금을 확보해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업활동 역시 수빅조선소와 영도조선소의 건조 선종이 달라 영향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한진중공업은 자구계획 일환으로 인천 율도부지와 동서울터미널, 영도조선소 부지 등 자산을 보유 중이며, 각종 개발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재무 유동성도 확충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회사인 수빅조선소 손실을 반영해 자본잠식이 발생했지만, 국내 영도조선소는 생산공정과 영업활동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채권단과 긴밀히 협조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