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9일 강진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감회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정계복귀 발표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아내 이윤영 여사와 저녁나절을 단둘이 보낸 뒤 별빛을 맞으며 백련사 어귀로 돌아왔다.
그가 이용하는 검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뒷좌석에는 지난여름 공개일정을 소화할 때 즐겨 입었던 푸른색 셔츠와 얼마 되지 않는 짐꾸러미가 실렸다.
손 전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해온 측근은 “오늘 대표님이 하신 말씀은 ‘내일 올라가자’ 한 마디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날도 평소처럼 손 전 대표는 만덕산 정상인 석름봉에 올랐지만, 여느 날과 달리 강진만 풍광을 눈가에 힘주어 찬찬히 들여다봤다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와 세간살이도 그대로 두고 떠난 여정인 만큼 다산(茶山) 정약용의 자취를 더듬으며 보내는 나날이 2년 2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는 당시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손 전 대표는 강진 토담집에서 머무는 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떠도는 이야기에 단 한 번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토굴이 아니라 산중 별장에서 지낸다’는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손 전 대표는 “제가 불교에 대해 짧은 지식이 있습니다”고 운을 떼며 “스님이 기거하며 수행하는 모든 집터를 겸손의 뜻으로 토굴이라고 칭합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손 전 대표는 아내와 함께 뱀이 우글댔던 허물어진 토굴을 차향기 그득한 토담집으로 갖추었다.
이날 밤 손 전 대표의 토담집 굴뚝에서는 해 질 녘 아궁이에 피워놓은 군불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손 전 대표는 20일 오전 강진을 떠나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