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번째 정상회담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린 가운데 드러나지 않은 경제협력 관련 의제에 양 정상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지가 관심사다.
|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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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은 25일 단독·확대 회담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모두발언과 만찬사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과 협의 내용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친선 관계를 강조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공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주요 목적이었을 것으로 관측되는 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칩거하던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러시아 방문을 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먼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장기전으로 들어가려는 현 국면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우군 확보라는 측면이다. 두번째는 2년여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등으로 경제 개발은 물론 민생경제까지 악화되면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지원을 받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러시아의 ‘러브콜’에 이 시점에 응하고 나선 이유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도움도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 확대 정상회담에 예브게니 디트리히 교통부 장관, 아나톨리 야노프스키 에너지부 차관, 올렉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 러시아측 경제 관련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러시아측이 북한에 당장 해 줄 수 있는 지원으로는 안보리 대북제재와 상관 없는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과 원유 공급 정도이다. 원유의 경우 안보리 결의로 한해 북한에 수출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지만 러시아 선박의 불법 유류 환적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노동자 수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이다. 안보리 결의에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출을 금지한 이후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러시아에는 1만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체류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인권문제와 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대화를 다뤘다”면서 “우선 대립적이지 않은 해결방법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지를 남기는 발언으로 추후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결의를 어기고 북한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는 모두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 나진항(왼쪽 적색 표시)과 하산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철도 구간은 54km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을 골차로 한다. (사진= 구글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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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의 국경역인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같은 경제협력 사업도 논의됐을 가능성이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남·북·러가 물류 관련 협력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미국측의 ‘승인’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관 건설 및 철도에 대한 질의에는 “북한을 경유해 남한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며 “이 외에 우리는 전력망, 연결 사업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도 이런 사업들이 국익에 부합되지만 미국과의 관계에서 힘들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하루 정도 더 러시아에 머물며 항만과 조선소 시설,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의 우유 공장이나 초콜릿 공장, 빵 공장 등을 돌아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빵 공장 등은 인민생활의 근간인 식량 생산 시설이라는 점에서 시찰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