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백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미 제약사 노바백스(사진=AFP) |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19년 1월, 미국 매릴랜드주 한 술집에 모인 제약사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수십 년간 백신 개발에 몰두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탓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부터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메르스까지 수많은 백신 개발에 실패해온 터다. 운도 없었다. 백신 개발 도중에 전염병이 사그라지며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최고경영자(CEO)가 근처 볼링장에 직원들을 불러 모아 피자·맥주를 시켜 사기를 북돋아 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이 제약사에 남아 있던 돈은 단 6개월을 버틸 정도. 주식은 주당 4달러를 밑돌았고 시가총액은 1억2700만달러(약 1412억원) 남짓이었다. 나스닥에서 퇴출이 거론될 정도였다.
미 제약사 노바백스 이야기다. 현재 주가는 243달러로 시가총액은 154억달러(약 17조847억원)를 넘는다. 올 들어서만 180% 넘게 뛰었다. 지난달 28일 영국에서 진행된 3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 예방에 89%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다. 최종 임상시험 결과 발표에 이어 미국의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노바백스가 코로나19 백신 게임체인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바백스 백신이 팬데믹 사태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썼다.
노바백스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보관과 유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영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유통기한도 2~3년으로 길다. 냉동실 용량이 부족한 병원이나 약국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 역사가 길어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이점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변형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하는데, 기존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예방 접종에 적용돼왔던 합성항원 방식이다. 이는 리보핵산(mRNA) 백신인 화이자·모더나, 침팬지에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쓰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개발해온 시간이 길다.
효과도 우수하다. 초기 연구데이터에 따르면 노바백스 백신은 무증상 감염을 차단하고 더 오래 면역 효과를 제공하는 등 기존 백신보다 월등한 효과를 내고 있다. 존 무어 웨일코넬 의과대학 면역학 교수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지난해 초기 연구자료에 고무돼 노바백스 주식을 샀다”며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바백스 백신이 효과 면에서는 다른 백신들 수준과 비슷하고 내구성은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바백스가 화이자·모더나·존슨앤드존슨에 이어 네 번째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백신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SKB) 대표(가운데)가 16일 오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상황판단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공급 계약 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이전 방식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첫 코로나 백신이기도 하다. 지난 8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해 백신 기술을 도입하고 글로벌 공급을 위한 상업 생산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한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미 제약사 존슨앤드존슨도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고 있다. FDA는 오는 26일 존슨앤드존슨 백신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논의한다. 존슨앤드존슨은 잠정 데이터에서 경증·중증 증상 예방에 66% 효과가 있고 입원을 방지하는 데는 85%, 사망을 막는 데는 100%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