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대신 동결카드…유가 바닥 다질까

사우디-러시아 양대 산유국, 일단 동결 합의
"정책적으로 큰 변화"에 의미 부여할만
수요부진 여전…큰 폭 반등은 글쎄
  • 등록 2016-02-16 오후 7:06:33

    수정 2016-02-16 오후 7:06:3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글로벌 양대 산유국이 원유생산량 동결에 합의했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앞다퉈 늘리면서 누가 먼저 죽을 지 끝을 보는 ‘치킨게임’ 양상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 급락세도 다소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감산이 아닌 만큼 공급과잉 구조는 여전한데다 수요도 부진해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갖고 원유생산을 더이상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모하마드 빈살레 알사다 카타르 석유장관이 밝혔다. 동결 기준은 지난달 11일 석유생산량이다.

이날 회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비(非) OPEC 진영 대표격인 러시아의 석유장관이 만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석유생산량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유국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OPEC이 유가 하락기에 감산에 나선다면 경쟁 산유국들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며 감산에 반대했다. 감산을 하더라도 이란과 이라크,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OPEC 안팎 산유국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 역시 감산은 국가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때문에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유가가 지난 2014년 6월 이후 70% 이상 하락하면서 산유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자 OPEC 내에서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가 긴급 회의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 산유국 순방에 나선 유로지오 델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총대를 메고 OPEC과 비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두 국가의 회동을 주선했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도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서방국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원유 생산과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라크도 증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내전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었다.

감산 논의가 쉽지 않자 OPEC내에서 생산 동결이라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날 모인 산유국들이 이에 합의한 것이다.

올리비에 제이콥 페트로매트릭스 전략가는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내린 공급 조절 결정”이라며 “감산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책에 있어 대단한 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란이나 이라크 등이 동참할지도 변수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하루 160만배럴에서 올해 120만배럴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배럴당 35.55달러까지 올랐던 브렌트유는 동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33.87달러로 내려와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역시 이날 31.53달러까지 올랐다가 30.07달러로 되돌아왔다.

릭 스푸너 CMC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생산을 동결한다고 해도 원유시장이 균형을 이루기까지는 12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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