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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위험직무 아냐” Vs 유족 “현장 모르는 결정”
고(故) 강연희 전북 익산소방서 119구급대원(소방경)의 배우자인 최태성(53) 씨는 4일 국무총리 소속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위험직무순직 불승인 관련 재심을 청구했다. 최 씨는 기자와 만나 “인사혁신처 소속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소방관들의 위험 직무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며 “재심까지 부결되면 인사처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 대원은 작년 4월2일 전북 익산역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윤모(48) 씨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폭행을 당했다. 윤 씨는 강 대원에게 욕설을 하고 머리를 5~6차례 때렸다. 강 대원은 심적 고통, 어지럼증, 딸꾹질 등을 호소하다 작년 4월5일 쓰러졌다. 이후 수술을 받았으나 작년 5월1일 뇌출혈로 숨졌다.
하지만 인사처 소속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올해 2월15일 “일반 순직은 인정하지만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위험직무순직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공무원 재해보상법(3조)에 따라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해야 한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법조인, 의사 등 민간 위원과 인사처·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국가보훈처 등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인사처는 “위험직무순직 심의의 독립성·중립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방관 등 현장직의 위원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선례를 보면 위험직무순직 요건은 칼을 든 강도를 제압하거나, 한강 익사자를 구하다 숨진 위험 상황이어야 바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고인은 뇌동맥류 지병이 있었기 때문에 폭행 사건과 사망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독립적 심의 기구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 “전문가 독립 심의” Vs 소방관 “현장직 배제된 심의”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급대원들은 폭행을 비롯한 사고 위험, 스트레스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고인의 사망은 이런 위험에 전형적으로 노출된 결과”라며 “위험직무순직 불인정 결정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깊은 상처가 돼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은애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장은 “소방관 등 현장을 아는 사람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위원에서 배제된 상황”이라며 “이렇게 위원이 구성돼 있어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내달까지 전국 소방관들이 인사처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 법률지원에 나선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의 함보현 변호사는 통화에서 “인사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폭언·폭행이 빈번한 응급 구조·이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불인정 결정을 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출범 뒤 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 취지에 따라 위험직무 상황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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