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지금은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제안을 시사한 지 18일 만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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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둘러싸고 다시 국론이 분열된다면 통합에 도움되긴 커녕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과거 잘못 부정하고 재판 결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사면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사면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수감된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 많으나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난데다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했다.
다만 “사면을 통해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경청할 가치가 있으며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이 대표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 대통령이 사실상 사면 불가 방침을 전한데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연초에 당 지도부는 당사자의 진정한 반성과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대통령의 말씀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해 대표 재임 시절 만든 당헌을 수정한 데에도 “당원의 뜻”이라며 수용했다.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궐위될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내용이었으나 이 대표 취임 후 전당원 투표를 통해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이 개정되듯 당헌도 고정불변일 순 없다”며 “대표 시절에 만든 당헌이라고 해도 신성시될 순 없으며 당헌은 문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당원 전체의 의사가 담긴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원이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기에 민주당의 선택, 민주당원 선택에 대해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문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박원순 사건의)피해자의 피해 사실도 안타깝고 이후 논란 과정에서 2차 피해로 이어진 상황도 안타깝다”며 “한편으로는 박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부분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