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과거 공격적인 바이오 투자를 집행했던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분법 이익이 감소한 여파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출구 전략을 찾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 환경이 여전히 냉랭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VC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매출) 397억원, 순손실 32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51억원, 2분기 218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6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3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상장주식의 평가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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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VC 중에서도 바이오 투자 비중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현재 한투파가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지 않은 330개 포트폴리오사 가운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105개로 △소비재·핀테크(76곳) △콘텐츠·미디어(57곳) △ICT(53곳) △반도체·산업(25곳)등을 크게 앞선다. 한투파가 최근 5년간 바이오 섹터에 투입한 자금만 7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가치는 2010년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다가 현재는 거품이 꺼진 지 오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몸값이 반짝 상승했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고금리·경기 침체 우려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그중에서도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 눈높이는 더욱 차가워졌다.
바이오 섹터에 투자를 집행한 VC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대형 VC가운데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 등도 전체 포트폴리오 중 바이오 비중이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다수의 VC들이 딥테크,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리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투심 위축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대형 VC는 관리보수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VC는 펀드의 총 운용자산(AUM) 대비 일정 비율로 산정되는 관리보수와, 엑시트 시점에 발생하는 투자 성과에 따른 성과보수로 수익을 낸다. 대형 VC들은 엑시트가 어려운 시기에도 AUM을 기반으로 관리보수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중소형 VC들은 자본잠식에 빠지며 존폐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섹터 외에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고공행진했던 플랫폼 섹터 기업가치도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감소하고 투자유치가 힘들어지는 만큼 관련 VC의 실적도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