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은 커녕 선거구 획정 기준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는 오늘부터 당장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고 기준을 마련해서 획정위원회에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의장 촉구에 화답하듯 여야는 12일 국회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참여하는 회동을 갖고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에 대한 담판을 시도한다.
◇중재안 19대 총선 적용시 새누리·새정련 각각 4석씩 감소 = 여야는 그동안 협상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허용 인구편차 2:1)에 따라 감소하는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현행 54석)를 7석 정도 줄여 지역구 의석(현행 246석)을 늘리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줄어드는 비례대표 수만큼 약화되는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당은 표의 평등성을 강화하고 사표를 방지할 보완책으로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증재안으로 제시한 균형의석제(Balance Seat)를 제안했다.
균형의석제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50% 적용한 방안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최소 과반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위원장이 균형의석제를 19대 총선에 적용한 결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4석이 줄고 군소정당은 의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이 위원장의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는 나라가 없다. 중재안은 앉아서 새누리당 의석수를 줄이겠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냐. 과반이 그냥 넘어가는데,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선거도 아니고 제도를 바꿔서 넘어뜨리는 제도를 어떻게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여당은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야당이 양보해 비례대표를 7석 줄이거나 아니면 현행 기준에 의한 선거구 획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야당 “현행대로 하자고 했더니 여당은 못하겠다고 해” = 야당은 비례성 보완장치가 없으면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은 “(여당은) 부당이익을 계속 취하겠다는 뜻이다. (표의 등가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로 인해) 과반의석을 갖는 것을 너무 당연시 생각한다”며 “여당이 안을 안 가져오면 더 제안할 것이 없다. 야당만 양보하고 갈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중재안을 받지 못하면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으로 총선 선거구를 획정하자고 제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에 따르면 헌재의 허용 인구편차 2:1을 적용하면 지역구를 243석으로 획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촌 지역구 중 영·호남이 각각 5석씩 줄어들고 수도권 도시지역에서 10석 가량 늘어난다. 남는 3석은 농어촌 지역구에 할애가 가능하다.
김 의원은 “여야 계산법이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인구 상하한선에 따라 지도와 인구표를 놓고 보면 영호남이 각각 5석씩 줄어든다. 여유분 3석을 경북과 전남, 강원 등의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는데 배려할 수 있다. 다른 안이 없으면 현행대로 하자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그것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 여당”이라고 밝혔다.
의장이 선거구 획정을 요구해도 여야 추천 위원 중 한쪽이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능한 구조다. 국회 관계자는 “(의장이 언급한 특단의 조치에 대해) 지금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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