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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배상 판결을 놓고 일본사회가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신일본주금이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수용할 경우, 현재 송사에 휘말려 있는 다른 기업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며 배상액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 ‘주간포스트’는 신일철주금을 비롯해 약 70여개의 일본 기업이 15건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에 걸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22만 6000명이란 현재 한국 정부에 신고된 강제노동 피해자 사례 건수다.
여기에 주간포스트는 신일철주금이 배상을 할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발간한 전범기업 리스트를 토대로 “징용공 소송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전범기업 리스트란 2012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상자 등 지원위원회가 일본기업 1493개를 조사해, 지금까지 존재하는 기업 299개사 명단을 확정한 것이다. 이 명단에는 일본 3대 재벌로 알려진 미쯔비시, 미쯔이, 스미토모 계열 기업과 닛산 등 자동차 업체, 화장품 업체 가네보, 맥주회사 기린, 파나소닉 등 일본 굴지의 기업이 포함돼 있다.
주간포스트는 “리스트에는 ‘이들 기업은 우리 동보를 강제적으로 동원해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사실을 인정하거나 명부를 공개하는 등 최소한의 도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측이 상투적으로 주장하는 ‘일본기업 가해자론’이 적혀 있어 처음부터 강제노동 피해자 소송을 염두에 두고 리스트업 흔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대기업 관계자의 코멘트를 인용, “이같은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 현재 걸려있는 소송도 없으며 우리회사가 강제 징용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없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주간포스트는 “징용공이 존재했던 시절로부터 70년이 지났고 전쟁 후 재벌 해체나 기업 재편으로 기업 사정 역시 많이 달라졌다”며 “합병과 매수 등으로 당시 경영자와 완전히 관련이 없는 기업도 있는데 이같은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는 기업도 많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신일철주금 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원고) 측 변호인들은 이날 일본 도쿄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았지만, 신일철주금 측은 자사 직원이 아닌 하청을 주고 있는 건물 관리 회사 직원을 보내는 것으로 대응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면담 자체를 거부한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신일철주금 측이 배상을 할 계획을 밝히지 않고 협상에도 응하지 않음에 따라 계획했던 대로 한국 내 재산 압류 절차를 밟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