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北 끌려간 납북일본인의 조언…"스가, 北과 신뢰 쌓아야"

하스이케 가오루 교수 "北과 전략적 협상해야"
20대 대학생 때 여자친구와 함께 공작원에 납치
24년 억류생활 마치고 2002년 10월 풀려나
"납치문제 해결해야 北에도 이득이라고 알려야"
  • 등록 2020-10-15 오후 6:35:14

    수정 2020-10-15 오후 6:35:14

지난 2002년 24년간의 납북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송환된 하스이케 가오루와 그의 아내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향해 줄곧 “납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일본인 납북 피해자가 스가 요시히데 정권을 향해 북한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하스이케 가오루(63) 니가타산업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에서 ‘전략적 협상’을 강조했다. 과거 강경 일변도였던 아베 정권의 대북 정책으로는 여전히 북한에 억류된 일본인들을 송환할 수 없다는 게 가오루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스무 살 대학생이던 1978년 일본 니가타현 해변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후 24년의 억류생활 끝에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같은 해 10월 풀려난 대표적 일본인 납북 피해자로 잘 알려졌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일본과 유럽 등에서 다수의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한다. 주로 대남 스파이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일본인 납북자는 17명으로, 2002년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셈이다.

하스이게 교수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스가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점을 언급하며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서로가 속마음을 모아 의견을 교환하고 정상 간 직접 소통하는 협상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베 전 총리의 강경한 대북관이 정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인 납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일 국교를 정상화할 수 없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했었다.

하스이게 교수는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며 “현재 북한이 코로나19와 태풍으로 식량난에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납치 문제를 해결하면 얻는 것이 있다는 점을 단계적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미·북 간 교량 역할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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