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의 승부수 먹혔다..KB금융, 3수 끝에 `현대증권` 인수

KB금융, 9000억원대에 현대증권 품어
만년 2등의 설움 씻어낼까
  • 등록 2016-03-31 오후 6:31:02

    수정 2016-03-31 오후 6:57:0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더 내기 위해 다각도로 고려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드디어 해냈다. KB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 도전 3수 끝에 현대증권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연말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해 쓴 잔을 마셨던 윤 회장으로선 두 번째 도전 만에 증권사를 품에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대증권을 시가보다 무려 3배가 넘는 가격에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을 9000억원대로 적어냈다.

M&A 젬병 오명 씻었다

윤 회장은 2014년말 최초의 내부 출신 CEO(최고경영자)로 임명돼 사상 초유의 내분사태를 수습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리더십을 보여줬으나 대우증권 인수 실패는 이사회 굴레에 갇힐 수 밖에 없는 KB금융의 지배구조 한계를 보여줬단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윤 회장이 회계사,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치밀함을 갖고 있지만 과감한 베팅이 필요한 M&A(인수합병) 시장과는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러나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런 우려는 한 번에 씻겨나갔다. 현대증권 인수전이 치열해지면서 윤 회장이 좀 더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사회에 쌓아둔 신뢰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는 윤 회장 이전엔 경계감이 강했으나 윤 회장에겐 이런 경계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가격엔 그 만큼 윤 회장의 의중이 많이 담겼단 뜻이다. 대어(大漁)였던 대우증권, 현대증권 외에 추가로 나올 매물이 적다는 점도 윤 회장이 승부수를 띄울 만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가격 정보가 새나갔던 대우증권 인수전과 달리 사외이사 중 일부에만 가격을 공개하는 등 정보 보안에도 신중을 가했단 평가다. 윤 회장은 “추가 협상을 통해 5%내에서 깎을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딜을 클로징하겠다”고 말했다.

만년 2등 설움도 씻어낼까..승자의 저주 우려도

앞으로 관건은 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KB금융이 만년 2등의 설움을 씻을 수 있을 것인지로 모아진다. KB금융은 8년째 순이익면에서 신한금융이 뒤지고 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수익비중이 지난해말 기준 33%에 불과해 이를 40%까지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라이벌인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비중 42.1%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단 계획이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 실패 후 KB투자증권에 유상증자를 시도하려고 했을 만큼 지주사내 증권 부문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도 그럴 것이 KB금융 전체 순이익 중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융에서 신한금융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다만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을 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윤 회장은 “KB투자증권하고 합병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금융지주의 IB(투자은행)와 WM(자산관리) 부문이지만, 현대증권은 주로 중개(브로커리지) 업무에 치중해 있단 약점이 있다. 인력 구조 역시 부장급이 많은 역피라미드형에 가깝단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가격은 1조원에 육박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7000억원 수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이를 두고 차라리 대우증권 인수전 때 과감하게 베팅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뒷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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