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은 향후 연방정부기관이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해 연방정부가 사들이는 6000억달러(약 661조원) 상품·서비스의 3분에 1가량에 적용된다. 이를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이번 새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관리·감독하기 위한 고위 직책이 신설된다. 또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어 해외물품 구매를 위한 면제 요청도 공개한다.
그간 ‘손님’을 빼앗겨온 미 제조업계에는 희소식이다. 반면,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을 정조준해온 외국기업들로선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 됐다. 그간 트럼프식(式) 일방주의에 시달려온 만큼 이제는 대미(對美) 무역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캐나다가 “양국 사이에 강하게 얽힌 공급사슬이 위험해질 수 있다”(마크 가노 외교장관)고 반발한 배경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발 충격, 이로 인한 소득 불평등 및 양극화 현상, K자 형태의 회복세 등 바이든 대통령 앞에 놓인 거대한 국내 실물경제 문제가 한몫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 “우리가 미국을 재건할 세금을 쓸 때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 일자리를 떠받친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트럼프 지우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발표한 입국제한 완화 조치를 다시금 복원하는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나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남아공을 미국 비시민권자의 입국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앤 슈챗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석부국장은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자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팬데믹 악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오는 26일에는 인종평등을 주제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치안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기후변화, 건강보험, 이민에 대한 행정명령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약 일주일간 내놓은 행정명령과 메모, 기관 지침은 33개다. 연방기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나 파리 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WHO) 복귀 등 폭넓은 지침 중 12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