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TV 사업에 중국발(發) 리스크가 꼈다. TV용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국내 TV 기업들은 프리미엄 TV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볼륨존(중간가격대) 수요도 함께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월별 LCD 패널 가격 추이 전망치. (사진=DSC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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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이달 LCD 패널 가격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크기별로는 32형이 35달러이고 43형은 63달러다. 55형과 65형, 75형은 각각 125달러, 172달러, 249달러다. LCD 패널 가격은 내년 1월까지도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방 수요 부진에도 LCD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인위적인 생산 조절 때문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TCL 그룹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에 광저우 공장을 매각하면서 국내 기업 중에선 TV용 LCD 생산 시설이 전무하다. 중국 기업들이 원활하게 물량 조절을 하며 LCD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DSCC는 “사상 처음으로 향후 3개월 동안 모든 크기의 패널 가격이 변동 없을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가동 중단을 통해 공급을 계속 통제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 시내 가전 매장에 TV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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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느린 경기 회복으로 소비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LCD 가격의 유지 및 인상은 TV제조업체로선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TV 제조에서 LCD는 핵심 원재료로 차지하는 원가 비중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전체 TV 시장 중 LCD 기반 제품이 대다수다. 옴디아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TV 출하량에서 LCD 기반 TV 비중은 97%에 달했다.
업계에선 보다 비싼 프리미엄 TV 판매 확대를 이어가는 동시에 중간가격대 볼륨존 수요를 함께 잡는 ‘투트랙’ 전략이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보고 있다. 프리미엄 TV에선 인공지능(AI) 기반의 기능 편의성과 고화질·고음질 등 기술 경쟁력으로 확실한 차별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기능 차별화로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수익성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볼륨존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간가격대 제품을 강화하며 시장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 침체 속에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은 TV 제조 원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프리미엄 TV 판매를 늘려 이익을 방어하고 중간가격대 제품을 확대해 매출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함께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