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 진입 시도까지…헌재 앞 아수라장

어버이연합 등 탄핵 반대 세력, 헌재·특검 맹비난
여경 머리채 잡는 등 과격 행동…회원끼리 싸우기도
警 "채증 자료 분석 후 조사 예정"
  • 등록 2017-02-27 오후 5:22:18

    수정 2017-02-27 오후 7:12:37

어버이연합의 한 회원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왜 들여보내 주지 않느냐”며 항의하다 경찰에 끌려 나오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여러분, 헌재 안으로 쳐들어갑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이 진행된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추선희 어버이연합 회장의 외침에 헌재 앞 왕복 1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던 어버이연합·엄마부대 회원 등 약 200여명이 헌재를 향해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찰은 5개 중대 4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집회·시위 관리에 나섰지만 폴리스 라인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지나가는 차량이 있었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여경 머리채 잡고, 같은 회원끼리 몸싸움…警 “채증 자료 분석 후 조사 예정”

‘탄핵 무효’를 촉구한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헌재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꽹과리·징을 치며 헌재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비난했다. 경찰과 지나가는 시민은 물론 회원들끼리 서로 몸싸움을 벌이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호각 소리가 끊이지 않는 등 헌재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헌재로 들어가려는 일부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국지전’이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 여경의 머리채를 잡는 일도 발생했다.

현장엔 폭언과 욕설이 난무했다. 경찰을 향해 “개XX들아, 너희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아느냐” “너희들이 북한 보위부냐” “경찰도 모두 좌파세력이 점령했다”며 고성을 질렀다.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지금희 애국시민 시위대 대표는 경찰에 의해 맞은 편 도로로 옮겨지자 “좌파 세력이 1인 시위를 할 땐 가만히 있다가 억울하다”고 고함쳤다.

집회 참가자끼리 서로 ‘프락치’ 세력으로 의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한 여성을 지목하며 “빨갱이”라고 외치자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여성을 시위대 밖으로 거칠게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여성의 가방끈이 끊어지고 입고 있던 상의가 뜯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이들의 집회는 오후 4시쯤 마무리됐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헌재 앞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 남아 농성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추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퇴진행동, “국민 명령 부정, 더 이상 용인 안 돼”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도 열려 폭력 사태 등 충돌이 예상됐지만 다행히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헌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은 민심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 별개일 수 없다”며 “민주주의 파괴 핵심 범죄자 박근혜를 파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퇴진행동은 이어 “대통령 대리인단은 온갖 시간끌기로 탄핵시계를 조금이라도 멈춰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여의치 않자 법정에서 막말과 협박으로 탄핵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며 “국민의 명령을 부정하는 범죄집단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사무처장은 “폭행도 서슴지 않고 헌재와 특검을 협박하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라며 “탄핵 인용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일 것”이라고 이들의 난폭한 행태를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20여명 정도가 참석했고 회견 후 곧장 자리를 떠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오른쪽) 변호사와 장민성 ‘우리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 중앙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헌재는 탄핵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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