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에 따른 유럽연합(EU)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한 부채 기준 완화 기간을 좀 더 늘리고 당분간 에너지 관련 관세를 삭감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됐다.
|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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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EU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유럽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올해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가장 최근의 예측치인 4%를 하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국가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독일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 지수는 지난 2월 54.3에서 3월 마이너스(-) 39.3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수 발표 역사 31년을 통틀어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39.3이란 숫자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기록한 -49.5에 가깝다. 같은 기간 독일 경제에 대한 자신감 지수는 13.3포인트 하락해 -21.4를 기록했다. 아킴 밤바흐 ZEW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는 상당히 독일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경고했다.
EU 집행위는 다만 개별 국가별로 피해 정도가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 정도나 경제 구조, 지정학적 위치, 금융시장의 유연함에 따라 같은 유럽 지역의 국가라도 받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경제 위원은 “각 국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공통적인 대응 방안은 위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우크라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처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했다. 그중 하나는 앞서 실시했던 부채 및 적자 기준 완화 조치를 향후 5월 회의에서 추가 연장할지 본격적으로 의논하자는 것이다. EU는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각국 GDP의 3%, 국가부채는 60% 이하로 유지한다는 기준을 정해놨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규정을 느슨히 하고 있다.
이밖에 위기에 처한 기업에 직접 비상 지원금을 지원하고 에너지 관련 관세를 당분간 삭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집행위는 또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공동 EU 기금을 마련하자는 얘기도 나누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인접국가에 약 5억유로(약 6800억원)를 배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