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입국금지 국가 확대, 中企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中·베트남 등 한국인 입국금지·제한 국가 총 80곳
중소 여행사 예약취소로 인한 실적 악화 '직격탄'
수출기업 단기적 영향 미미, 장기적 타격 불가피
"정부 외교적 노력·법인세 인하 등의 조치 필요해"
  • 등록 2020-03-02 오후 5:15:21

    수정 2020-03-02 오후 5:15:2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급속한 확산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가운데 1일 오전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부모와 함께 중국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완전무장을 한채 발권 데스크에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국 외교부가 밝힌 코로나 관련 입국 금지 및 제한, 격리 국가는 무려 79개국에 달한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전자부품 제조장비에 주력하는 A사는 당초 2일부터 중국 현지 거래처에 직원들이 들어가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관련 일정을 일주일 이상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지에 입국한 직원들이 중국 정부 조치에 따라 14일 동안 격리돼야 하는 변수가 생긴 것. A사 대표는 “현지 거래처에 양해를 구해 다행히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납기일정 지연으로 대금회수가 미뤄지는 등 재무상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혹은 제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 중소 여행사들은 예약취소로 인한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해외 출장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해외 현지에서의 입찰 제한을 비롯해 영업 활동 위축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국가는 이날 현재 80곳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 수가 193개국인 점을 감안할 때 전 세계 국가 중 5분의 2 정도가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산둥성과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광둥성, 상하이, 산시성, 쓰촨성 등에서 한국인 입국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은 최근 14일 이내 대구와 청도 지역을 방문한 한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가장 먼저 중소 여행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여행사 A사 관계자는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없었던 한국인 입국제한이란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때문에 3∼5월 예약 중 90% 이상이 취소된 상황이다. 6월 이후 여름성수기 예약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1분기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인 노랑풍선은 직원 중 90%가량이 이달부터 2개월간 유급휴직에 들어간 상황이다. 자유투어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해외 출장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부품에 주력하는 B사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 방문을 위해 떠난 직원들이 현지 보호소에 격리된 상황”이라며 “이를 보고 받은 후 당분간 모든 해외 출장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업체인 C사 관계자는 “중국 등 입국 제한이 풀리기 전까지 해외 출장을 가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다행히 현지 법인이나 딜러(유통업체)들이 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당장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 현지에서의 입찰이 제한되는 한편, 영업 활동이 크게 제약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D사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동남아와 중남미 등 현지에 거점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는 수주 활동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에 주력하는 E사 관계자는 “매출액 중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며 “입국 금지 등 조치로 인해 올해 연간으로 예정된 해외 전시회와 학회 등에 잇달아 불참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외교적인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 관련 업체 F사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우리 정부가 중국 등 다른 국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함께 법인세 인하와 함께 금전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수출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코로나 관련 추경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현장에서 원활한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해외 수출기업과 내수 서비스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경영실태 조사’ 결과, 70.3%가 ‘경영상 타격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출기업은 72.3%, 서비스기업은 67.6%가 경영상 피해를 호소했다. 피해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중국 등 해외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납품 차질(51.6%) △해외 방문기회 축소로 인한 영업활동 차질(40.1%) △해외 전시회 취소로 인한 수주 기회 축소(32.3%) △수출 제품 선적 지연(28.6%)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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