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적 개미는 어디로?…기관투자가가 끌어올린 비트코인

개인에서 기관으로…2017년과 달라진 투자자 지형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 선물 헤지도 편해져
재계 유력인사들도 우호적으로…투자자산 인식 확산
높아진 가격수준에 코로나發 소득감소도 개인엔 악재
  • 등록 2021-01-04 오후 5:25:58

    수정 2021-01-04 오후 5:25:5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버블(거품)에 대한 경고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은 이번 랠리가 과거 2017~2018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3만4778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롭게 썼다. 이는 2017년 12월에 기록했던 1만9783달러에 비해 76%나 더 뛴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과 시가총액 추이 (코인마켓캡)


이런 데도 뉴욕타임즈(NYT)는 “현재 상승랠리가 3년 전과는 뭔가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며 이번 랠리의 배후 개인투자자 대신 기관투자가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버블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2017년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배후에는,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와 가상자산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른바 `가상자산공개(ICO)`에 나선 업체들의 결탁이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당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3개국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타난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완연히 다른 투자자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3년 전 랠리에서는 관망세를 보이던 기관투자가들이 매수 주도세력으로 나선 것.

더구나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대체로 장기 보유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뛴다고 해서 즉시 차익실현에 나서는 일도 드물다. 또 기관들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보니 가격 하락에 따른 헤지도 어렵지 않다. 기관 참여가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최근 10억달러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비트코인에 대한 재계 리더들의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3년에 비트코인을 온라인 도박에 비유했던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들 가운데 가장 앞서 회사 보유현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또 지난 10월 글로벌 지급결제업체인 페이팔은 비트코인 매매서비스를 오픈한데 이어 2600만 가맹점들을 상대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아울러 폴 투도 존스나 스탠리 드러큰밀러 등과 같은 억만장자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우호적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나 래리 핑크 블랙록 CEO까지도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절대적 가격 수준도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17년에는 상승랠리가 시작되기 전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작년엔 7200달러부터 랠리가 시작된 탓에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매수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탈중앙화한 거래소들이 늘어나고 있고 비트코인ATM이 곳곳에 확산되면서 개인들이 더 싸고 편리하게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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