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1심 '무죄'…法 "사실 아닌 의견표명"

재판부 "사실 적시 아닌 개인적인 평가로 봐야"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 등록 2017-01-25 오후 5:29:41

    수정 2017-01-25 오후 5:54:11

저서 ‘제국의 위안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이상윤)는 25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박 교수)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닌 의견이나 개인적인 평가로 볼 수 있어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간 조선인 군 위안부는 ‘매춘’의 틀 안에 있는 여성이며 일본군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동지적 관계’였다고 표현하는 등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15년 11월 허위 사실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확립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유엔보고서와 일본 정부의 진상조사 내용과도 어긋나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일본의 행태를 되짚어 보기 위한 공익 목적으로 쓴 책으로 학문적 연구에 기초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며 “검찰이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맥락을 마음대로 해석했다”고 맞섰다. 박 교수는 이어 “넓은 의미에서 강제 동원·구조적 강제라고 명시하는 등 모두 제국주의의 성노예라고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명예훼손을 했다고 제시한 책 속 35곳 표현 가운데 30곳은 의견일 뿐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5곳도 기준이 불분명한 집단을 표시함에 따라서 특정인의 명예훼손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저서에 밝힌 내용은 헌법상 보호받는 학문의 자유의 범주에 속한다”며 “향후 비판과 토론을 통해 나아가는 과정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논지는 사회와 학계에서 검증과 논박의 자세로 나가야할 것”이라며 “조선인 위안부 문제를 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조선인 위안부 문제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선고 후 취재진들에게 “재판부의 결정은 존중한다”면서 “충실한 내용 검증없이 이뤄졌던 이전 판결과 비교 했을때 기억에 남을 결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와 이옥선(89) 할머니는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재판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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