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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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 중이던 국내 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 30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협력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소원해진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수출상담 행사였다.
문 대통령이 개막식 연설과 타징 행사에 참석한 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중앙복도를 거쳐 스타트업 전시관으로 이동한 뒤 발생했다. 문 대통령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기자 사진기자 2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입을 제지당하면서 중국 측 경호원들과 국내 취재진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후 국내 사진기자들이 취재비표를 보여주며 항의했지만 중국 측 경호원들이 이를 막아선 후 복도로 끌고 가 주먹과 발길질로 마구잡이 폭행을 가했다. 부상을 당한 사진기자 2명은 대통령 의료진에 의해 응급처지를 받은 뒤 베이징 시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양국간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갈등에 이어 ‘기자폭행’이라는 예민한 문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갈등의 완전한 봉합,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한 협조 등을 구한다는 방침이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5시간 가령 앞두고 벌어진 사태의 여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한중 양국의 여론도 중대 변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언급없이 넘어갈 경우 국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이른바 ‘굴욕외교’ 논란이 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관왕지래(觀往知來)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어 폭행 가담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하는 등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