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습니다.” (지난 16일, 리처드 클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서 멀리 있습니다.” (지난달 3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내부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방향을 두고 다른 발언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연준 1·2인자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미국 경제의 ‘정점론’ 우려가 스멀스멀 나온다. 이는 곧 세계 경기의 둔화를 뜻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준 2인자의 ‘인상 신중론’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거래일인 16일(현지시간)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4.84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3.065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일(3.0653%) 이후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낙폭은 지난 9일(-5.44bp) 이후 가장 컸다. 같은날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2.8039%)는 5.83bp나 내렸다. 지난달 26일(2.8025%) 이후 최저다.
연준 2인자뿐만 아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다음달 금리 인상을 확신하지 않는다”고 다소 직접적으로 말했다.
주목할 만한 건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이 현재 미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는 데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이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내후년 성장률을 각각 2.9%, 2.5%, 1.8%로 점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2.9%→2.3%→1.5%)의 시각은 더 어둡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여파로 세계 경기는 둔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中·日 장기시장금리 하락세
미국과 무역분쟁 중인 중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2일 3.55%를 고점으로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도 추가로 내릴 게 유력하다. 오후 5시50분 현재(한국시간 기준) 3.39%로 3.4%대마저 붕괴됐다. 연초만 해도 4%에 육박했다가, 이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 정점론이 국내 경제에 악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나홀로 호황’ 미국마저 경기가 꺾인다면 세계 경제 전반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미국 시장의 여파에 전거래일 대비 1.9bp 내린 2.201%에 장을 마쳤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세계 경기가 꺾이면 수출 쪽이 크게 타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