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환각' 조현병 환자 50만명…잇단 흉악범죄 왜?

"일반인에 비해 강력범죄 발생비율 높지 않고 치료 가능"
반사회적 성격 결합시 극단적 흉악범죄 저질러 주목
5월 강제입원 요건 강화…정신질환 입원치료 더 어려워
  • 등록 2017-04-05 오후 10:26:53

    수정 2017-04-05 오후 10:26:53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해 강남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에 이어 인천에서 초등생을 끔찍하게 살해한 김모양(17)이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지리, 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도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강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지 않고 발병 초기 치료 시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일부 반사회적 성향이 결합한 환자들이 저지른 극단적인 살인사건들로 인해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9세 이하 19명 불과, 청소년기에 폭발적 증가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조현병 환자는 10만 6664명으로 나타났다. 2010년 9만 3931명이었던 것이 매년 평균 2122명(2.2%)씩 늘며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특히 10대 청소년 조현병 환자는 2010년 2153명에 이르던 것이 차츰 줄어 2015년 1819명까지 감소했으나 지난해(1904명) 증가세로 전환했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에 빠지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감시한다며 무서워하거나 남들이 자꾸 자신을 놀리고 흉을 본다며 화를 내는 게 특징이다. 심하면 실없이 웃음을 짓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무더운 날 옷을 여러 겹 껴입는다든지 감정표현이 없어지고 말수가 행동이 줄어드는 음성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으로 불렀지만 사회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현약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의 조현병으로 2011년 명칭이 바뀌었다.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시도율이 20~40% 정도 높다. 자살 시도자 중 약 10%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 정신적 증상 때문에 생활습관 관리가 어려워 당뇨,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동반하기도 한다.

지난해 기준 조현병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9세 이하는 1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대는 100배 많은 1904명에 이른다. 10대에서 20대(1만 2762명)로 6.7배 늘어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청소년기에 폭발적으로 환자가 증가하는 셈이다.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이정석 건보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은 뇌가 성장을 하다가 극적으로 바뀌는 시기에 주로 발병한다”며 “소아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청소년기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초기 성인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청소년기에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 스트레스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청소년 조현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현병이 모두 위험한 건 아니다. 전문들은 지난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나 인천 초등생 사건 등의 경우 조현병에 반사회적 성향까지 더해진 특수한 경우로 파악했다.

이정석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사건빈도는 일반인과 비교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 충동조절 잘 안 되다 보니 반사회적 성향까지 결합하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묻지마 범죄처럼 사람들이 놀랄만한 범죄로 커지는 것 같다”며 “그래서 좀 더 뉴스의 초점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5월 강제입원 요건 강화…정신질환 입원치료 더 어려워

조현병은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에는 그만큼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조현병이 만성화되고 사회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오는 5월 30일부터 시행하면 진단입원제도와 외부심사제도 등으로 인해 조현병 환자 등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정된 법은 입원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야만 강제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재산권 분쟁 등으로 강제 입원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아서다.

특히 2주간 기간을 정해 입원을 한 후 입원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려면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일치된 소견을 보여야 한다. 입원 기간도 최초 입원을 한 날부터 3개월 이내로 제한해 기존보다 3개월 단축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조현병 환자를 포함해 1만 3000여명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정신질환 환자들은 자기가 환자인지 몰라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한다”며 “앞으로 입원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입원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국·공립병원 정신과 의사가 140여명에 불과해 이들이 전국에 있는 모든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심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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