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3분기(7~9월) 우리나라 경제 성적표가 역성장을 간신히 면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는 회복세였지만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이 뒷걸음치면서 반등 폭은 미미했다. 한국은행은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24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비 성장률은 0.1%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0.2%) 대비 플러스(+) 전환했지만, 한은 전망치(0.5%)와 시장 예상치(0.5%)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성장 기여도로 보면 내수가 0.9%포인트로 전기(-0.1%포인트) 대비 큰 폭 늘었지만, 순수출(수출-수입)이 -0.8%포인트로 전기(-0.1%포인트)보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내수 성장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믿었던 수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항목별로 내수 중 민간소비는 승용차, 통신기기 등 재화와 의료, 운수 같은 서비스 소비가 늘면서 0.5%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6%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6.9%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2.8% 감소했다.
수출은 0.4% 감소해 7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정보기술(IT) 품목 성장세 둔화와 자동차, 화학제품 등 비(非)IT 품목 부진한 영향이 컸다. 수입은 기계, 장비 등이 늘어 1.5% 증가했다.
한은은 내수는 애초 전망과 비슷했지만, 수출 부진이 컸다고 평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 수출은 완성차 부품업체 파업과 시설 보수공사로 물량 기준으로 감소했고, 화학제품 쪽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소재가 감소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실상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 달성이 어렵다고 봤다. 신 국장은 “산술적으로 4분기 1.2%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2.4%가 나오는데, 3분기 전망치보다 실적치가 낮게 나와 2.4%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대내외 불확실한 요인을 자세히 점검해 다음 달 전망 때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GDP 부문별 동향과 함께 미국 대선과 주요국 경기, 중동 정세 등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