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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엄포에 무형자산 상각…실적도 영향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종 상장사(올해 185개 기준)의 개발비 자산화 비율(연구개발 관련 지출 중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금액 비율)은 2016년 24.3%에서 지난해 16.4%로 7.9%포인트 낮아졌다. 개발비 잔액도 1조3200억원으로 1년 새 14.8%(2300억원)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가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진행한 테마감리의 여파다. 금감원은 지난해 테마감리 중점 사항으로 제약·바이오업종의 개발비 회계처리를 꼽은 바 있다. 임상 초기 과정에서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을 과도하게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등 재무정보를 왜곡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차바이오텍(085660)이 2017년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던 개발비를 대거 상각했다고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일정 기준에 대한 개발비 자산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회사들은 감독지침에 맞춰 지난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상당액의 개발비를 상각 처리하면서 기업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트론바이오(048530)의 경우 당초 2017년 개발비 약 24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적이 있지만 수정한 재무제표에는 이를 삭제함으로써 판관비가 약 17억원에서 36억원으로 증가했다. 당시 회사 연결 영업손실은 20억원에서 39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셀루메드(049180) 역시 2016~2017년 과대계상한 무형자산 약 77억원을 상각 처리해 737억원대이던 자산이 661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개발비용 과소계상도 반영되면서 연결 영업손실은 9억7000만원에서 10억2000만원으로 소폭 확대됐다.
카테아, 무형자산 과대계상 지적 받기도
지난해 테마감리에서 의도적으로 회계 처리해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고의 분식은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 기업들은 감독지침에 맞춰 회계처리했고 개발비를 자산화한 경우 모범사례에 따라 주석에 공시를 한 경우도 크게 늘었다”며 “고의적인 회계기준 위반은 적발되지 않았고 경미한 사례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제약·바이오업종의 연구개발 지출 총액이 지난해 1조9443억원으로 전년대비 9.6% 늘어 증가세를 이어간 것을 두고 시장 우려와 달리 테마감리가 기업들의 R&D 투자를 저해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이미 지난해 감독지침 발표 후 불확실성이 완화돼 부담은 크지 않던 상황이다.
이번 발표를 마지막으로 제약·바이오 테마감리는 완료됐지만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회계감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금감원은 올해 회계 이슈로 △신(新) 수익기준서 적용 적정성 △신금융상품기준 공정가치 측정 적정성 △비시장성 자산평가 적정성 △무형자산 인식·평가 적정성을 제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테마감리는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도 회계처리 적정성 등은 꾸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올해 주요 이슈에 대한 회계감리도 지속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