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포스코 흑역사'…역대 CEO 8명 모두 임기 못채우고 중도 하차

정권 따라 바뀌는 포스코 회장
권오준·정명식 제외한 6명
당국 표적돼 檢 수사 받기도
2000년 9월 민영화 이후에도
회장 인사에 정부 입김 여전
  • 등록 2018-04-18 오후 10:19:19

    수정 2018-04-19 오전 8:46:57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포스코(005490) 회장 불명예 퇴진의 역사가 다시 한번 재현됐다. 1981년 포스코 초대회장이 선임된 이후 37년 간 총 8명의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불명예스러운 이력을 남겼다. 2000년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포스코 회장의 흑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도경영 각오 다진 권오준, 돌연 자진 사임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권 회장은 정권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가는 게 최선책”이라며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으로 지속해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답했다.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경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단 보름만에 권 회장의 생각은 정반대로 뒤바꼈다. 18일 권 회장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임시 이사회에서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4년간 구조조정과 창립 50주년 행사 추진에 따른 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젊은 CE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인의 건강과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서는 설명이지만, 재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그동안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에 걸친 대통령 해외순방 수행단 명단에 단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경찰 조사 역시 권 회장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불법자금 전달 의혹을 수사 중에 있다. 또 포스코건설의 인천 송도사옥 헐값 매각 의혹 역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정권 교체와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는다.

중도 사임의 흑역사…역대 회장 중 6명 검찰 수사도

이번 권 회장의 중도 사임은 앞선 역대 회장들의 흑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81년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선임된 이후 권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권 회장을 제외한 역대 7명의 회장 가운데 정명식 전 회장 1명을 제외한 6명은 수사당국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박 초대회장(1981년 2월∼1992년 10월)은 가장 긴 시간 포스코를 이끌어왔지만, 1992년 10월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자리를 내려놓았다. 김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이 그 사임의 이유였다. 이후 박 초대회장은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명예회장직을 박탈당하고 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2대 황경노 전 회장(1992년 10월~1993년 3월)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 6개월만에 자리에서 내려왔고, 3대 정명식 전 회장(1993년 3월∼1994년 3월)은 당시 김영삼 정부의 측근으로 분류된 조말수 사장과의 알력이 원인이 돼 1년 만에 물러났다. 4대 김만제 전 회장(1994년 3월∼1998년 3월)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5대 유상부 전 회장(1998년 3월∼2003년 3월)은 김대중 정부 당시 취임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 사임했다. 이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유 전 회장 임기 중인 2000년 9월 포스코는 민영화됐지만 유 전 회장을 비롯 이후 후임 회장들 모두 정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특히 우려할 대목이다. 당시 정부는 직접 보유하고 있던 지분과 산업은행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현재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공단(11.08%)이며, 외국인 지분율도 57%에 이른다.

정권이 포스코에 영향력을 끼칠 합리적 근거가 전혀없음에도 흑역사는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에 취임한 6대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2월)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 다시 옷을 벗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말부터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를 조건으로 국세청장에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조기 사임 수순을 밟았다.

권 회장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2월 취임해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14년 3월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겨두고 사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취임한 정 전 회장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당시 정 회장 역시 임기 중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해외순방 수행단에서 연이어 배제되는가 하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그 동안 정권 교체에 따라 회장이 교체되는 흑역사를 이어왔다”며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반복되면서 재계에서는 이미 기정 사실화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영애, 남편과 '속닥속닥'
  • 김희애 각선미
  • 인간 복숭아
  • "사장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