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약물 재활용 연구를 수행한 결과,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천식치료제인 시클레소니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 수준에서 약효 성능을 평가한 것으로 동물실험, 임상시험에서 추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은 26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한 ‘약물 재창출 중간 결과 점검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약물재창출은 기존에 승인받아 사용하는 약물이나 임상중인 약물을 재활용해 치료제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이다.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국화학연구원을 방문해 약물재창출 현장시설과 백신개발 연구현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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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연은 지난 21일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한 약물 20여종 중 시클레소니드, 세파란틴, 니클로사마이드를 효능이 높은 약물로 분석했다. 세포 수준에서의 약물 스크리닝 결과는 실험 시점, 세포 상태, 표준물질 비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시클레소니드는 파스퇴르연과 화학연의 교차 검증에서도 약효가 우수해 신뢰성을 높였다. 이 약물은 흡입제 형태로 폐에 직접 적용 가능해 실질적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
화학연이 자체적으로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거나 임상중인 약물 8종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렘데시비르가 가장 우수했고,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약효가 있었다.
양 기관은 우수 약물 발굴을 지속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고려대학교와 협력해 영장류 실험과 의료 현장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세포 수준에서 기존 치료제의 재활용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실제 환자 효능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화학연 관계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약효 효능이나 독성이 다른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임상에 따라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의료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렵다”며 “현재 화학연은 국내외 관심 약물과 1500개 약물에 대한 스크리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현장과 화상회의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는 “바이러스는 실제 환자에 들어가 농도와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동물실험, 임상시험에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규제 등으로 국내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