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을 넘어 군비통제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남과 북은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를 개시했다”고 평가했다. 운영적 군비통제는 양측이 병력의 이동·훈련·배치 등 군사 태세에 대해 조정·참관·통보하는 데 합의하는 절차다. 상대를 기습공격할 여지를 줄여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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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했다. 여기에선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완충지대’ 설정에 합의했다. 특히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단계적 군축에 관한 양측 국방장관의 의지를 담았다. 단계적 군축과 군비통제를 위한 제도적 기구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다. 합의서 1조 1항은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관련,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당시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안은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전력증강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위원회를 가동 조차 못했다”면서 “이번 위원회 구성과 운영엔 과거 사례를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행합의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남북 공동유해발굴이다. 남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의 6.25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만에 최초로 DMZ를 평화지대화 하는 군사적 조치에 합의한 것이다. 감시초소(GP) 철수와 지뢰제거 등 합의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단순한 신뢰구축 차원을 넘어선 조치로 해석된다. 남북은 우선 6.25 전쟁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지역 ‘화살머리 고지’를 공동유해발굴지로 선정했다. 상호접근성과 전사자 유해 예상 매장구 수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곳 DMZ 우리 지역에만 국군 전사자 유해 200여구를 포함한 미군과 프랑스군 등 총 300여구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은 올해 말까지 이곳의 지뢰를 제거하고 해당 지역 내 12m 폭의 도로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유해발굴은 내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7개월 간 진행된다.
| DMZ 내 남북 공동 유해발굴 지역(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출처=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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