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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배우 이명행의 성추행 논란이 공연계 ‘미투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2년 전 이명행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추가로 나오면서 공연계도 성폭력 문제에 침묵해서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연 관계자 A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년 전 이명행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2년 전 조연출로 참여한 작품에서 이명행이 첫 연습이 끝난 뒤 극장 내 리딩공간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이명행은 A씨가 두 번이나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플 정도로 손목을 잡으며 신체적, 언어적으로 성추행을 했다. A씨는 이명행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과음을 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미안하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들었다고 밝혔다.
공연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문제에 대한 고발도 나왔다. 한 창작집단의 대표인 배우 B씨는 대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B씨는 “대학 때 엠티가서 술먹고 자고 있던 여자애들 다 주물러댔던 남자선배는 좋은 이미지로 광고까지 나왔다”며 “집에 가기 싫다며 둘이서만 술 한 잔 하자는 밤늦게 느끼하게 전화하던 유부남 남자 뮤지컬 배우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정치·사회 이슈에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 성폭행 문제에는 침묵하는 공연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연극계 성추행 뉴스가 나온지 이틀째인데도 공연예술인들을 친구로 맺은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참으로 고요하다”며 “미술계·문학계·영화계 성추문 폭로가 이어질 때에도 연극계가 놀랄 만큼 잠잠한 것은 이 좁고 작은 세계에서 언제든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중 한명인 연출가 송경화는 공연계도 성추행 문제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송 연출은 “앞으로 공연을 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어떤 관객의 글을 봤는데 이것이야말로 연극계 성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 이유”라 “관습처럼 외면해온 폭력의 순간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