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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부족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TV광고보다는 온라인 광고에 집중하고, 직접 유세 현장을 찾아 ‘발로 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넉넉한 실탄을 활용해 경합주에서 대대적인 광고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선거자금, 美대선 3주전까지 트럼프의 4배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이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의 선거자금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1억 6200만달러(한화 약 1827억원)로, 트럼프 캠프의 4300만달러(약 485억원) 대비 거의 4배에 달했다.
NYT는 지난 4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바이든 후보에게 모금된 선거자금이 총 10억 7000만달러로 집계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금액 7억 3400만달러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NYT는 “전체 모금액 기준으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가 지난 8월 11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영향이 가장 컸다. 바이든 캠프가 8월에 거둬들인 선거자금은 총 3억 6400만달러로, 트럼프 캠프의 모금액인 2억 1000만달러 대비 1억 5000만달러 가량 많았다.
CNN도 이날 미 정치자금 추적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를 인용, 해리스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뒤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3340만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 달 전 1370만달러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모금한 870만달러 대비 3.8배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던 ‘백인 고소득 대졸자’ 계층이 바이든 후보 측으로 돌아선 것도 모금에 영향을 끼쳤다. NYT에 따르면 중위소득(가구 소득 중간값)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인 가구는 바이든 후보에게 4억8600만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에겐 1억 6700만달러를 기부했다.
거주자의 65% 이상이 대학을 졸업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이어졌다. 해당 지역 내 유권자는 바이든 후보에게 4억 7800만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에겐 1억 400만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요원인 휘트 아이어스는 “기부는 투표 흐름을 반영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 유권자가 지난 10년 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돌아선 현상이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승리에 유리한 흐름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거둬들인 선거자금 대부분은 TV광고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유권자들의 TV시청이 늘어났고, 현장 유세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NYT가 광고 분석업체 애드버타이징 애널리틱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TV광고에 지출한 금액은 총 15억달러로, 2016년 대선의 3배에 달했다.
바이든 후보의 넉넉한 선거자금은 TV광고를 통한 홍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명백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38개의 다른 버전의 광고를 방영하는가 하면, 지난 19일 미 프로미식축구(NFL) 경기 중 방영되는 60초짜리 광고에는 400만달러나 썼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선 5300만달러를 TV광고에 쏟아부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700만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도 TV광고에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지난달 돌연 일부 TV광고를 취소하고 온라인 광고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선거자금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다만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배 가량 앞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결과를 속단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미 언론들은 코로나19 여파로 TV 및 소셜미디어 등의 광고 파급력이 4년 전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