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최정희 기자] 신용을 먹고 사는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2년 7월 시중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반 만에 담합 협의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다. 공정위의 조사가 3년을 넘기면서 사실상 담합은 없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여겼던 은행들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게 아닌 만큼 적극 대응한다는 태도지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정위가 3년 반 만에 1차 보고서에 해당하는 심사 보고서를 낼 정도면 상황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달 초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한국SC 등 6개 은행에 이들 은행이 2012년 CD 금리를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조만간 공정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원위원회 때 은행들의 해명을 들은 뒤 이를 반영해 최종 결론을 낸다. 이때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동은 은행들이 담합을 부인해왔지만 제재 절차에 착수할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돼 심판정(전원위원회)에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금융권 안팎에서 공정위가 팩스나 문자메시지와 같은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간부는 “공정위가 지적한 게 다섯 가지인데 이에 대해 하나하나 아니라는 논리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금리 담합은 위에서 시켜도 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그걸 뻔히 뒀겠느냐”며 “전원회의 때 제재가 결정되면 은행들과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담합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CD 발행액이 줄어든 2010년부터 CD 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당국 역시 단기 지표금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다”며 “은행들이 담합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CD 금리 담합 논란은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상반기 통화안정증권 등 지표 금리는 내렸는데 유독 CD 금리는 꿈적도 하지 않자 공정위는 이를 은행들의 금리 담합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은행들이 CD 금리를 기초로 매겨진 가계대출의 금리를 높게 유지시키려고 인위적으로 CD 금리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CD 금리 산정 체계도 문제 삼았다. 시장의 여러 참가자들이 참가해 결정되는 일반적인 금리 체계와 달리 CD 금리는 10개 증권사의 보고에 의존하는 구조여서다.
그러나 당시 이를 담합으로 연결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2009년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에 나서면서 예금에서 CD를 제외하자 은행들의 CD 발행액이 2010년부터 급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거래되는 CD가 많지 않다 보니 시장가격(CD 금리)의 변동성이 작았다는 얘기다. 당시 금융위는 CD 금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CD 발행액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 그해 8월 시중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CD 발행액을 일정 수준 유지하라며 행정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달 열릴 공정위의 전원위원회에서 그동안 의혹으로 남아 있던 담합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은행들로선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금융소비자원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기존 소송인단 외 추가인원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