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방 각국의 경제 제재에 이어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이 민간인 대피를 위해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도 여전히 속시원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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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4차 평화협상 사흘째를 맞은 지난 16일(현지시간)에 처음으로 제안된 내용을 전면 논의하기 시작했다. 15개항으로 구성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미국, 영국, 터키 등 해외 동맹국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대가로 해외 군기지나 무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 같은 방식의 중립국 형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나토에는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국제사법재판소 “러시아, 군사작전 즉각 멈춰라”
전쟁을 멈추기 위한 서방국가들의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규정했고, 우크라이나에 8억달러(한화 약 9900억원) 규모 대공무기와 군사장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엔(UN)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군사작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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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 우크라이나는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내용을 적극 공개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다른 의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한 평화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지만 혹여 군대를 재편성하고 공세를 재개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관계자는 “이는 속임수와 환상일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국경 병력 증강 등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7일에도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내 우크라이나인들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