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F]한성열 교수 "화를 억누르지 말고 풀어내야"

  • 등록 2015-10-20 오후 5:57:40

    수정 2015-10-20 오후 5:57:40

한성열 고려대학교 교수가 20일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세빛섬에서 열린 ‘제 4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5)’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한국의 여성들 하면 ‘한(悍)’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이 화를 가지고 사는 이유는 사회가 여성에게 화를 참기를 요구하기 때문.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를 억누르지 말고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2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컨벤션홀에서 연 ‘이데일리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2015’ 치유파티에서 연사로 선 한성열(64·사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여성들이 화를 내는 이유와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한 교수는 한국 여성들에게 화는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신의학에서 화병을 정의하고 있으며, 전체 화병 환자의 70%가 여성이다. 그만큼 여성에게 화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의 변화가 아닌 것이다.

한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화병을 가진 이유가 “화를 내지 못하게 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가 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는 거니깐 받아들여야 한다. 여자들에게 좀 더 많이 화를 내지 않게 요구한다”며 “화는 당연한 것인데 화를 참는 과정에서 홧병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학교에서 무엇이라고 가르치나. ‘네가 화를 내면 나쁜거야, 네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거야’라고 가르친다. ‘네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화를 내는 원인 자체를 없애려 하기 보다는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치료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원인을 해결하면 좋겠지만 아무리 완벽한 사회라 할 지라도 화의 원인 자체를 해결하기는 힘들다”며 “그것보다는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화가 난 당사자는 화를 내서 안에 있는 화를 풀어내야 하고, 사회는 이런 여성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최근 있었던 본인이 직접 격은 사례를 들었다.

“한 여학생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교수실을 찾아왔다. 왜 화가 났냐고 묻자 “여자라서 차별받았기 때문”이란다. 동기 남학생이 자신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분명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그랬구나라며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학생은 자신이 집안에서 어릴 적부터 겪었던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 늘 남동생을 챙긴 부모님, 학교에서 받았던 차별 등을 풀어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나중에 그 학생을 만나 그때 일이 오해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더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남학생과 화해를 한 것이다. 먼저 여성을 이해하는 일과 그 간 마음속에 담긴 화를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일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성이 오뉴월에 정을 품으면 절간에서 새우젓을 얻어다준다’는 속담이 있다. 절에는 새우젓이 있을 리 없을 뿐 더러 오월에 새우젓을 찾을 수도 없다. 여성의 마음을 풀어주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 지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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