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은 "경영성과 못내면 조원태가 맡긴 지분 팔겠다"(종합)

산은,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임의처분권 확보
'경영성과 떨어지면 지분 처분 가능' 조항 계약에 포함
칼끝 위에 선 조원태.."모든 걸 다 걸은듯"
  • 등록 2020-11-18 오후 8:00:44

    수정 2020-11-18 오후 8:01:33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KDB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담보로 맡긴 한진칼 지분을 임의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 회장의 지분을 내다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의 현재 지위는 전적으로 산은 손에 달린 셈이다.

18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산은은 한진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자금 8000억원을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조 회장이 담보로 맡긴 한진칼 지분(6.52%·2872억원) 전부를 임의처분할 수 있는 내용을 넣었다.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가 지분을 담보로 맡기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담보를 확보했다고 해도 채권단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 통상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거나 담보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특수한 조건에서만 처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산은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담보를 설정하면서 ‘경영성과가 떨어지는 경우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넣었다. 산은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조 회장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회장이 산은의 뜻을 거스르거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조 회장의 퇴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확보해둔 것이다.

조 회장의 지분 385만 중에서 326만주는 이미 다른 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 있지만, 산은이 원칙적으로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출을 갚아주는 방식으로 담보권을 해제하면 얼마든지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지렛대로 우호 세력을 규합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사실상 조 회장이 가진 전부다. 산은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조 회장이 지분에 대한 임의처분권까지 제공했다는 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던지면서 산은과 손을 잡았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능력을 발휘해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끈다면 굉장한 기회가 되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기면 한진칼 지분을 강제 처분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면서 “조 회장은 칼끝 위에 선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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