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조명한 원로 소설가 현길언 별세…향년 80세

암투병으로 항암치료 받아와
제주 4·3 사건과 제주 현대사에 천착
  • 등록 2020-03-11 오후 7:07:19

    수정 2020-03-11 오후 7:09:4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제주 출신의 원로 소설가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11일 출판사 현대문학과 문학과지성사에 따르면 현 전 교수는 전날 밤 숙환으로 타계했다. 현 전 교수는 수개월 전부터 암투병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40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소설집 ‘용마의 꿈’, ‘나의 집을 떠나며’ 등과 4·3 사건을 다룬 장편 ‘한라산’을 비롯해 장편소설 ‘회색도시’ ‘비정한 도시’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한양대와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다수 문학이론서와 인문문화 서적을 펴냈다.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녹색문학상, 백남학술상, 제주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작이 된 소설집 ‘언어 왜곡설’(문학과지성사)을 펴내며 마지막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그는 제주 4·3 사건을 비롯한 제주 현대사에 천착했다. 소설 외에도 여러 연구서를 펴내기도 했다. 고인이 어린 시절 직접 겪고 목도한 4·3 사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왜곡시켰다고 그는 주장해왔다.

‘광정당기’(1984), ‘그믐밤의 제의’(1987) 등은 제주도 영웅담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1982년 ‘귀향’ ‘우리들의 조부님’, 1984년 ‘먼훗날’ 등은 제주 4·3사건의 상처를 소설화하고 해당 사건의 역사적 재규명을 시도한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이외에도 ‘그 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등 어린이 문학작품과 ‘한국현대소설론’ ’현진건소설 연구’ 등 이론서와 연구서도 집필했다.

작가 활동 외에 평화의문화연구소장, ‘본질과 현상’ 발행·편집인, 기독교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3일 오전 9시40분, 장지는 경기 동두천 예래원이다.

원로 소설가 현길언(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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