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클러스터가 지나치게 난립,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별다른 이바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한 지자체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서로 육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지역별로 무려 16개가 넘게 조성돼 있다. 인천 송도, 서울 홍릉, 충북 오송, 대전 대덕, 대구, 경기도 판교, 충남 서산, 충북 제천, 춘천, 진주, 제주, 화순, 안동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가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전남도가 보건복지부에 전남 화순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세우겠다면서 신청서를 제출,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제약·바이오 기업 및 의료기관을 한 곳에 모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오송과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바이오 클러스터로서 아직까지는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가 제3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오송과 대구 바이오 클러스터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클러스터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들과 연구소, 대학이 3각축으로 밀집해 있는 최적의 장소를 선별적으로 선택, 바이오 클러스터로 정부가 집중 지원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전국 각지에 바이오 클러스터들이 분산되면서 집적을 통한 시너지는 거의 기대할수 없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매출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대략 24조원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대기업 1곳의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작은 규모의 산업을 두고 국내에만 16곳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난립하면서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바이오 국가경쟁력 순위를 조사 대상 54개국 가운데 26위로 발표하기도 했다.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클러스터의 뒷받침이 없이는 힘들다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바이오 클러스터를 어떤 식으로든 통폐합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