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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와 GM의 합의로 한국GM 사태가 철수설이 터진 지 3개월 만에 가까스로 봉합됐다. 한국GM은 최대 7조7000억원(산업은행 8000억원, GM 6조9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최소 10년의 미래는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눈앞의 위기를 봉합한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GM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인 자동차 산업 경쟁력 회복까지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협상 내용을 뜯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한국GM의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고자 GM으로부터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핵심 기술 관련 투자를 이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충돌시험장 신축, 도장공장 신설 등을 보장받는 데 머물렀다. 엔진이나 전기차 등 미래부품 공동 개발은 구체적 내용이 없는 약속에 그쳤다. GM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옮겨 글로벌 GM 내 위상을 높인다고 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GM 아태본부의 핵심 부문이 중남미로 옮겨져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별도 본부가 있는 중국, GM이 철수를 결정한 호주를 빼면 보잘것없는 규모다. 아태본부가 담당하는 동남아 8개국에서 GM 판매 규모는 지난해 7435대로 1만대에도 못 미쳤다.
한국GM으로선 이번에 보류된 부평·창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이 아쉽다. 정부는 GM이 이번 합의에 포함한 신차 배정 계획을 포함한 투자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지정 여부를 재검토키로 했다. 외투기업 지정 땐 법인세가 최초 5년은 100%, 이후 2년은 50% 감면된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GM이 10년에 한 번꼴로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벌써 세 번째다. 2000년 대우그룹 파산으로 GM에 매각됐고 2008년 금융위기 땐 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대로면 GM의 의무 지분보유 기간이 끝나는 10년 후 또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 당장 폐쇄가 확정된 군산공장 활용부터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