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모태 동부건설 법정관리 아쉬워”
지난해 12월 31일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창업시 미륭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마치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졌고 동부의 품을 떠났다. 동부그룹으로서는 지난해 채권단이 추진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패키지 딜이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결국 헐값 매각이 이뤄졌다는 것에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할 만했다. 1000억원이 모자라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동부건설 당진발전소인 동부발전당진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았다면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동부그룹측 주장이다.
그러나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사실상 국내 주요 재벌 중 유일한 창업 1세대로 그룹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 강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그런만큼 부실이 확산 되기 전에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부모 품 떠난 자식들 새 집 찾기 안갯속
“모든 계열사들이 다 소중하다. 기왕이면 좋은 가격을 받고 팔려나가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라는 동부그룹과 김 회장의 바람에서 비록 품 안을 떠난 자식이지만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과는 달리 동부건설, 동부팜한농의 주인 찾기 작업은 순탄치 않다.
김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실장의 첫 직장으로 낙점될 만큼 동부그룹 제조부문 핵심이었던 동부제철은 1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자율협약에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매수자 찾기는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이후 최소 2~3년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중인 동부하이텍의 경우 매각이냐 비금융 계열사 재건의 중심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동부그룹은 채권단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 회장은 이미 한남동 자택까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 형편이라 더 이상 지난 2009년에 있었던 깜짝 사재 출연이라는 이벤트마저 재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래저래 김 회장의 한숨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