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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 이동하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관저에 있게 된다”며 “오늘 입장이나 메시지도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헌재의 인용 결정이 전해진 직후 패닉 속에 참모진 회의를 소집해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문제 등 향후 후속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그동안 “헌재의 인용 결정에 대한 대비 방안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혀온 만큼 삼성동 사저 입주 준비도 이제 막 시작한 상태다.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 경호실과 총무비서관실 요원들이 삼성동 사저에서 목격되면서 이날 중 박 전 대통령의 퇴거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약 4년간 사저를 비워 난방고장, 누수 등으로 수리해야 할 곳이 많은 데다, 경호시설 등도 제대로 완비되지 않아 하루 이틀 더 청와대 관저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 머물 명분이 없어 박 전 대통령이 관저 생활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일각에선 촛불이나 태극기집회가 끝나는 주말 새벽에 기습적으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와 관련, 다른 관계자는 “비겁하게 숨지 않고 떳떳하게 청와대를 떠나실 것”이라며 “제3의 장소로 옮기실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당했다는 점에서 본인 명의는 아니더라도 “국민과 헌재의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대변인 명의의 수용 메시지는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론통합을 위해서라도 메시지는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인데, 박 전 대통령도 꽤 충격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주군’을 잃은 청와대 참모진은 형식상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일단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대통령 파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단 사의’를 표할 공산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은 경제수석이나 외교안보수석 등 자신을 꼭 보좌할 필요가 있는 참모들을 제외하고 사표를 선별 수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