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찾은 충남 아산의 한 배추밭. 이곳에서 60년가량 배추 농사를 지었다는 한상용(79) 씨는 “올해가 제일 힘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가을배추 예상 생산량에 대해 한씨는 “8월 26일에 배추를 심었는데 고열(폭염)에 뿌리가 상해 정확히는 몰라도 (정상품이) 솔찬히(제법)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밭에 심었던 배추 90% 정도를 상품화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한씨는 “최근에 비도 많이 와서 병충해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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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본격화하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기온이 떨어지긴 했지만 초가을까지 이어진 이상 고온 등으로 배추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면서다. 주요 유통 채널인 대형마트는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정부도 예년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가을배추 생산량 감소 전망…가격도 여전히 높아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3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876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월대비 8.6% 하락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78.3%, 전년 대비 71.7% 각각 높은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4.9% 축소되고 생산량도 최소 5.3%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전망한 배추 한 포기당 가격도 11월 하순 기준 3000원을 웃돈다. 배추가 필수 재료인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와 관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3일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2만 4000t 규모의 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성수기에 집중 공급하고 비축물량도 1000t 수준으로 상시 유지해 수급 균형을 맞훈다는 방침이다. 대·중소형 마트와 전통 시장 등에서 농수산물 할인도 지원한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가을배추는 폭염 등으로 고사하거나 뿌리병으로 손실되는 물량이 일부 있을 것”이라며 “가을배추는 여름배추보다 가격이 저렴하겠지만 평년 가을배추보다는 확실히 비쌀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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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여름배추 가격이 뛰기 시작하던 7~8월께 배추 농가와 사전계약을 맺으며 물량을 확보해 합리적 가격에 선보일 수 있도록 발로 뛰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경북 문경, 충남 아산·예산·서산, 강원 춘천, 전남 해남·무안 등으로 산지를 다각화해 기후영향, 병충해 피해 등 위험을 최소화했다. 지난해보다 배추 200t을 더 확보해 절임배추를 전년 대비 1만상자 늘어난 7만상자를 준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예약 절임배추 매출액 규모가 커지고 있어 연초부터 절임배추 공장과 산지를 섭외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도 농가·김치공장과 8월부터 사전 계약을 체결하고 추가 산지를 확보했다. 절임배추 물량의 경우 지난해보다 약 70% 늘렸다.
절임배추 사전판매에 나선 대형마트는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대에 예약을 시작했다. 이미 사전예약을 실시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해남 절임배추 20㎏ 한 상자를 한정 물량으로 2만 9900원에 선보였다. 롯데마트·홈플러스는 사전 예약 첫날 1차 물량을 완판했다. 주차별로 가격이 바뀔 순 있지만 지난해 수준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가 1~20일 진행한 절임배추 사전예약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정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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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마트는 김치양념을 사전 예약으로 선보이고 김장 재료에 들어가는 마늘·배도 ‘4분기 가격역주행’ 품목에 포함해 소비자의 김장 준비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롯데슈퍼에서만 판매하던 양념소와 절임알타리를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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