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셀트리온(068270)이 제약·바이오 업계 부동의 4년 연속 매출 1위를 지켰던 유한양행을 제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증권가는 4분기 실적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컨센서스 하회의 주요 요인으로 렉키로나주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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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지난 23일 실적 리뷰 리포트를 통해 “공장 생산용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의 생산 확대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생산량이 감소했다”며 “렉키로나의 임상 1, 2상 진행으로 경상개발비 651억원(전년대비 56.9%)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역시 렉키로나주 생산 계획으로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유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5일 셀트리온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렉키로나’에 대한 롤링리뷰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MA의 롤링리뷰란 팬데믹 등 위기상황 시 유망한 치료제 또는 백신의 평가를 가속화하기 위해 최종 허가 신청 전 신속히 우선 검토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롤링리뷰 착수 2개월 만에 승인을 내줬다. 또 이탈리아는 아직 EMA의 허가가 나오지 않은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 항체치료제에 대해 긴급사용허가를 낸 상태다. 유럽의 코로나19 의약품 관련 허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늦어도 2개월 안에는 렉키로나주의 긴급사용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EMA에서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이 아직 롤링리뷰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렉키로나주가 선점할 기회도 충분이 있다”며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오랫동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해온 브랜드 신뢰도까지 더하면 EMA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유럽 각 국가별로 별도의 품목허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렉키로나주의 해외 공급이 문제없이 진행될 경우를 가정해 추정해보면 1조원 이상 실적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으로 생산 목표치보다 더 낮은 100만명분 글로벌 공급, 기존 해외에 출시된 빅파마의 항체치료제 1인당 가격 150만~200만원보다 저렴한 100만원으로 계산해도 1조원의 매출이 나온다. 일라이 릴리가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매출액을 10억~20억 달러(약 1조1000억~2조2000원)로 제시한 수치와 비교해도 무리한 실적은 아니다.
특히 EMA에서 정식으로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면 최대한의 마진도 남길 수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긴급사용승인은 유럽 30여개 국가로 곧바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공급되면서, 중간 유통사 등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는 렉키로나주 실적도 중요하지만 EMA 롤링리뷰 단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 바이오 연구원은 “빠른 시간 내에 신약을 개발한 성과를 보여주면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됐다”며 “지금 당장 실적으로만 보면 컨센서스를 하회했지만,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