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창업 경험으로 블록체인도 주도" 싸이월드 창업멤버 의기투합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이사 인터뷰
분산형DB 기술에서 블록체인 접점 찾아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씨도 최근 합류
연내 2.0 버전-SNS플랫폼 '퓨처피아'도
  • 등록 2018-10-22 오후 5:14:21

    수정 2018-10-22 오후 5:14:21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싸이월드 신화’를 이끈 주역들이 그간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분야에서 ‘조용한 강자’를 노린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시그마체인의 곽진영(사진) 대표는 “한국의 IT는 싸이월드 시절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면 이제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충분히 성숙했다”고 자신한다.

싸이월드 창업멤버, 3년 전 블록체인의 미래 내다보다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 시그마체인 제공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최대 돌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소셜미디어(SNS)의 초기 형태로, 전자상거래부터 커뮤니티, 포털을 아우르는 혁신적 서비스였다.

곽 대표는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엔지니어로서 방대한 양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처리는 물론 다양한 네트워크 처리 경험을 쌓았다. 싸이월드를 떠난 뒤 IT 분야 사업을 진행하다 고향인 대구에서 2014년 12월 회사를 창업했다. 이듬해인 2015년 분산형 데이터베이스(DB) 관련 개발을 하던 중 블록체인 기술과의 접점을 발견했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본 곽 대표는 사명을 시그마체인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의 핵심 네트워크 플랫폼인 메인넷 개발에 착수했다.

곽 대표는 “인터넷 시대 초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연구개발(R&D)은 대구에서 계속 진행하며 서울과 대구에 각각 절반씩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그마체인은 암호화폐(코인) 발행이나 공개 암호화폐 투자모집(ICO) 대신 메인넷 플랫폼을 B2B(기업간 거래)로 공급하며 자체 메인넷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둔다. 이더리움이나 이오스처럼 다른 블록체인의 모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술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초당 30만건의 데이터 전송 처리(TPS)가 가능하다는 점을 국제규격 기반 국내 공식인증기관(KOLAS 지정 TECEL)에서 인증받았다. 조작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독자적으로 고안한 이중위임지분증명방식(DDPOS)은 기존 위임지분증명방식(DPOS)에 검증 절차를 추가했는데, 곽 대표는 “기존 방식이 여당만 있었다면, 우리 방식에는 야당을 추가해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필리핀, 태국, 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고객사 사업군도 헬스케어, 패션, 교육 등 다양하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한 국내 교육 분야 블록체인 프로젝트 라이커월드의 경우 일본에서 10억엔(약 100억원 가량)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시그마체인은 SNA(시그마체인 네트워크 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결성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SNS 기반의 메인넷 퓨처피아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에는 싸이월드 창업자인 형용준 전 대표를 서비스 기획이사로 영입해 ‘한솥밥’을 먹고 있다.

또 시그마체인 2.0 버전을 통해서는 기존에 개발자들이 사용하던 개발언어와 도구로 블록체인 개발이 가능한 서비스도 4분기 내 선보일 계획이다. 블록체인 개발 비용을 지금보다 10분의 1 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넷 이해 높은 한국, ICO 허용해 투자 활성화해야”

닷컴 열풍이 불던 20여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곽 대표는 “당시에는 새내기 같았다면, 지금은 글로벌을 향하는 (성숙한)상태”라는 답변을 내놨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인터넷 열풍이 빨리 불었고, 그래서 사업자들도 국내에서 머물러야 했다. 반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동시에 열풍이 불고 있고, 열풍의 규모도 그만큼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에는 인터넷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대한 깊이가 있고 거기에 블록체인 지식만 추가하는 형태”라며 “랭귀지(개발 언어)가 같으니 당시와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ICO 확대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ICO 허용시 국내 자본은 국내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나아가 해외 투자도 유치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라며 “지금 정부가 이를 막으면서 국내 자본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곽진영 시그마체인 대표. 시그마체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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