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남의 돈을 빌린다’라는 뜻이다. 원래는 내 것이 아닌 남의 자산을 임시로 빌려서 내가 먼저 사용하고, 그에 대한 사용료(이자)만 지불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어른들에게서 “대출은 나쁜 것이고, 무서우며, 위험한 것이고, 하루라도 빨리 갚아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과연 대출이 그렇게 나쁘고 위험하기만 한 것일까? 대출이 단순히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돈에 대한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좋은 대출이란 무엇이고, 나쁜 대출은 무엇일까?
1) 이자가 낮은 대출은 좋은 대출이고, 이자가 높은 대출은 나쁜 대출이다
‘높다’, ‘낮다’의 개념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2019년도 현재를 기준으로 할 때 기본적으로 약 3.5% 이하를 낮다고 생각하고, 4% 이하면 낮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이자율은 인플레이션과 유사한 수준이므로, 대출을 실행해 ‘물가 상승률만큼만 오르는 자산’으로 바꾸어 놓아도 인플레이션에 의한 손해는 피할 수 있다. 어차피 돈의 가치는 매년 3.5%~4% 정도씩 떨어지기 때문에 내가 대출한 원금의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2) 대출을 활용해서 더 큰 이윤을 낼 수 있으면 좋은 대출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대출이다
공격적인 사업가가 5%의 이율로 대출을 실행해 사업을 한다면 이는 좋은 대출인가? 앞의 1) 논리에 대입하면 이는 나쁜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 사업가가 대출로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연 15%의 수익을 창출한다면? 단순 계산을 해봐도 수익에서 대출 이자를 제외한 10%가 순수익이 된다(10억 원을 빌려서 이 돈을 활용해 1억 5,000만 원을 벌고, 이 중에 5,000만 원의 이자를 낸다고 해도 1억 원이 남는다). 이것이 나쁜 대출인가? 물론 이는 ‘확실하게 대출 이자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일단 대출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그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게 된다면 이는 바로 인플레이션에 노출된다. 그래서 대출로 마련한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행위 자체는 기본적으로 나쁜 대출이다. 그럼에도 대출을 하는 이유는 앞의 1), 2)와 같이 무엇인가 더 ‘가치 있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로 고급 외제차나 명품백을 할부로 구매한다면? 물론 대출 없이 나의 자산만으로는 절대로 구매할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잠깐 며칠 동안은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 소비한 물건이 겪게 될 ‘감가상각’, 그리고 추가로 그 대출에 대한 ‘이자’까지 합한 금액만큼 나의 자산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알고 소비 행위를 해야 할 것이다.
4)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는 대출은 좋은 대출이고,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는 대출은 나쁜 대출이다
예를 들어 3억 원(이자율 4%)의 대출을 실행한 A와 B가정을 비교해보자. 똑같이 3억 원을 대출했는데, A가정은 15년간 이자만 부담하는 ‘만기일시상환’이고, B가정은 15년 동안 동일한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균등상환’이다.
물론 총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A가정이 B가정보다 더 크겠지만, 단순하게 각 가정별로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원금 및 이자’ 금액만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 B가정 : 매월 상환금액 22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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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정의 경우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한 달에 78만 원으로 생활을 해야 하고, 월급이 200만 원이라면 매월 22만 원씩 적자가 발생한다. 생활이 안 된다. 대출을 활용한 투자를 할 경우에는 현금 흐름(유동성)을 잘 확인해야 한다. 기업도 운영을 잘 못하면 아무리 매출이 많고 수익이 많아도 현금 흐름이 막혀 망하기도 한다. 일명 ‘흑자도산’이다.
대출은 투자를 위해서, 그리고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월급’ 때문이 아니라 ‘대출’을 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까지 생각할까? 만약 내가 회사에 다니지 않아서 대출을 활용하기 불가능했다면 월급만을 투자해서 지금의 수준으로 만드는 데 얼마나 더 걸렸을까?
시장에 돈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내가 다소 위험을 무릅쓰고 대출한 ‘○억 원’은 지금은 너무도 큰돈으로 느껴지지만, 추후 언젠가는 지금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은 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큰 부담 없이 상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현금 유동성은 철저하게 살펴야 하겠지만, 대출이 조금 있다고 해서 내일 당장 갚으려고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출은 억지로 빨리 갚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갚아지는 것이다. 시나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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