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경기침체에 초저유가까지…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개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서비스업 등 직격타
3월 전망 더 어두워…팬데믹 후 세계경기 악화 반영
유가 배럴당 20달러 간당…금융시장 변동성 우려
  • 등록 2020-03-31 오후 7:50:12

    수정 2020-03-31 오후 7:50:12

지난 3월 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 지표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기업 투자는 위축됐으며 음식점·마트 등 오프라인 소비는 급감했다. 수요 부진은 초저유가를 부추기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대형악재로 부상했다.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함께 오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능력 저하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동반 경기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2월인데…실물지표 뚜렷한 하향곡선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주요 3대 지표인 생산·소비·투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했다. 지난해 11~12월 만해도 동반 상승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코로나19 여파에 회복세가 꺾이고 뒷걸음질쳤다.

전산업생산은 3.5%(전월대비), 소매판매는 6.0% 각각 줄면서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던 2011년 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 감소폭(3.5%)은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숙박업(-32.6%)과 음식·주점업(-15.9%)이 같은 기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항공여객·항공운송·철도운동·여행·숙박업도 30~40%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자동차 생산은 27.8% 급감했다. 수출·수입이 주춤하자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70.7%에 머물렀다.

소비 분야에서는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가 17.7% 줄었다. 소매업태별로는 면세점(-34.6%)·백화점(-21.3%)·전문소매점(-9.2%) 등이 소비 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3월 전망은 더 어둡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로 서비스업에 먼저 어려움이 나타나고 제조업은 자동차 부품 (생산에서) 차질을 빚는 등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2월 중순부터 확산한 것을 감안하면 2월 지표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체감경기 지표인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월 54로 전월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산업 업황전망BSI는 전월대비 16포인트 하락한 53이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 100.3으로 전월과 차이가 없었는데 이는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8일 예정한 1월 선행지수 발표 시기를 미룬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동향을 제대로 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 판단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선행지수는 경제심리지수 등 7개 구성 지표로 가공·작성하는데 코로나19 같은 급격한 경제 충격에는 빠르게 전망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2월 지표에 국내 소비 등이 영향을 줬다면 3월에는 팬데믹 선언 후 세계적인 확산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킨게임에 미국 셰일업체 도산 우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러시아와 미국 간 석유 패권 전쟁이 촉발한 초저유가 국면은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에 기름을 붇고 있다.

3월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09달러로 장을 마쳐 전 거래일대비 6.6% 떨어졌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장중 2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유가가 급락하면 정제를 거쳐 생산하는 휘발유 등도 가격이 하락해 정유사 수익성이 악화한다. 비축해 놓은 원유가격도 동반하락하는 만큼 이 역시 부담거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세계 경기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부정적”이라며 “원유 생산업체간 치킨 게임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면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 부실로 미국 금융시장에 파급효과를 미쳐 한국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한 상황에서 낮은 유가까지 겹칠 경우 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국민인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 교수는 “수요가 막힌 상태에서 공급을 지속하면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있지만 공급망이 망가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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