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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라도 이른바 ‘탈세 의혹’은 11월3일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문제는 모든 유권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데다, 그간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모범적 정치인으로 포장해온 것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선후보 간 ‘TV 토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터졌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뼈아프다. 탈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민주당이 공세를 이어갈 경우 ‘세금 스캔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NN방송의 간판앵커 브라이언 스텔터가 “탈세 의혹은 최근 5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 등 미 언론이 이번 NYT의 폭로가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본 배경이다.
벌금 부과 땐 트럼프 ‘파산’ 가능성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트럼프 대통령의 세무자료 보고서를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익 대비 손실을 크게 신고하는 식으로 세금납부를 회피해왔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그 이듬해 납부한 소득세는 1500달러(약 175만원)에 그쳤으며 이를 포함해 최근 15년 중 10년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게 NYT의 보도 요지다.
예컨대 2008년의 경우 최소 4억3490만달러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골프장 매입·개보수 등을 이유로 474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꾸며 세금을 탈루했다는 거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대통령직과 직·간접적으로 이해 상충을 유발하는 사업들로부터 돈을 버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수익 규모와 기존 재산 등을 고려, 미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세율을 대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내야 할 소득세는 최소 1억달러(약 1175억원)에 달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만약 탈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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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후보 또는 대통령은 납세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관례를 깨고 법적 공방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이 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 뉴욕 맨해튼 제2연방 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맨해튼지검에 당장 납세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납세자료 제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구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측(윌리엄 콘소보이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정이다.
그러나 만약 IRS 등의 조사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탈루가 법 위반으로 귀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정말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것이라면 그간 포장해온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는 거짓으로 드러나는 셈이어서 이역시 논란을 피해 갈 수도 없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대선을 30여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폭로는 성공한 기업인이며 미국 경제의 유능한 관리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민주당은 “트럼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고 비꼬며 대대적 공세를 폈다. 과거 바텐더로 일한 경력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750달러의 세금을 냈을 때 나는 바텐더로서 연간 수천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빌 패스크렐 하원 세입소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관행에 따라 납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언론들은 “탈세 의혹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세금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